[수현우 팬픽] 은위 애프터 104
“모르겠습니다.”
“살아라.”
해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류환의 눈동자는 그 어느 순간보다도 차가웠지만 그 어느 순간보다도 슬펐다.
“절대로 살아남아야만 한다. 죽고 나면 뭐 하나 남는 것이 없어. 네가 가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럼 제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저는 지금 이 순간 그저 살아남고 싶지만 그 일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마냥 죽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까?”
“너는 살 수 있을 거다.”
“조장.”
“나는 너를 믿는다.”
류환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러니 너는 살아.”
“하지만 조장도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저 혼자서 살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곳은 절대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
“언젠가 오성조에 받아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건.”
“그저 농이었나?”
“아닙니다.”
“그런데 고작 그런 각오를 가지고 지금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야? 내가 그리 만만해보이나?”
류환이 가오리를 휘두르고 재빨리 해진은 뒤로 물러났다. 류환은 그런 해진을 보고 싱긋 웃더니 가오리를 허리춤에 넣었다.
“이거 봐라.”
“네?”
“너는 할 수 있어.”
“조장.”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제게 왜 이러시는 거죠?”
해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조장도 저에게 그리 살라고. 무조건 살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예비 조원도 너처럼 그렇게 무모하게 조장 급에게 다가서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죽을 거니 말이지.”
“죽는다고요?”
“낯선 존재니까.”
일순 류환의 눈동자가 차가워지자 해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류환은 그런 해진을 한참 바라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멀리 있는 나무에 자신의 가오리를 던졌다.
“나는 내가 싫다.”
“네?”
“내 운명은 왜 이런 거지?”
“조장.”
“나도 살고 싶어.”
류환의 슬픈 목소리에 해진은 아랫입술을 물었다.
“하지만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절대로 없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죽어야만 하니까.”
“그런 게 아닙니다.”
“네가 아나?”
“네?”
“너도 모르는 거 아니야?”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다.”
류환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알고 있어. 내가 살고자 한다면 나는 반드시 죽을 거고, 내가 죽기를 바란다면 살겠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네가 살아남은 것과 닮은 거겠지.”
“조장.”
“너는 지금 살고자 하는 것 아닌가?”
“네.”
“그 다리의 상처.”
해진의 손이 자신의 다리로 향했다. 류환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준 상처를 여즉 가지고 있는 거지?”
“네.”
“낫는 것이 더디군.”
“죄송합니다.”
“하지만 한 번 낫게 된다면 몸이 달라질 거다.”
“네?”
“상처에 익숙해져라.”
류환은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
“이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내가 다치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그것이 너무나도 잔인하고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 내가 다치지 않고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장도 다치십니까?”
“당연하지.”
류한은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옷을 들어보였다. 자잘한 생채기와 큰 흉터. 해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져갔다. 류환과 해진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는 황급히 멀어졌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조장도 다치시는 군요.”
“그래.”
해진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가 가장 강하다고 믿는 류환도 다치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도 마찬가지일 거였다.
“남에서 먼저 기다리겠다.”
“네. 조장 동무.”
“네가 반드시 강한 조장이 되어서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네.”
“너는 잘 할 거야.”
류환은 해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 해진은 볼을 붉히면서 그런 류환의 손길을 가만히 즐겼다.
“윽.”
“무슨 일이야?”
“모르겠습니다. 윽.”
강호의 표정이 구겨졌다. 국정원 요원들이 이리도 쉽게 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뭔가 묘한 상황이었다.
“뭐가 어떻게 흐르는 거야?”
“리해진입니다.”
“뭐라고?”
강호는 모니터를 응시했다.
“저 녀석이 아직 살아있어?”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 모양입니다? 도대체 네들이 제대로 하는 것이 뭐야? 저 녀석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지금 파악이 안 되었다는 건가?”
“그게 중간에 서 팀장님이 개입해 있습니다.”
“그래서?”
“네?”
“그게 중요한 건가?”
“그게.”
“고작 그 녀석 하나에 흔들리는 거야?”
“그렇겠지.”
수혁은 씩 웃으면서 사무실로 들어섰다.
“네가 도대체 여기에서 뭘 하는 거야? 너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북에 정보를 넘기는 주제에.”
“그 말을 믿는 건가?”
“뭐라고?”
“너도 언젠가 그런 대접을 받겠지.”
수혁의 말에 강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수혁은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하얀 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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