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의 왕자님 21
“자네는 천치인 것인가?”
“미안하네.”
“도대체 왜?”
기웅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상황이라면 그래도 그곳을 나오려고 생각을 해야지. 왜 거기에서 그냥 두들겨 맞고만 있어?”
“내가 중전마마께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일이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 전부야.”
“미련한 사람.”
기웅이 수현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나랑 떠나게.”
“그럴 수 없네.”
“왜 그럴 수 없는가?”
“저하가 여기에 있네.”
“자네 정말.”
기웅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자네가 여기에서 무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이곳은 궐이야. 달라질 것이 없는 곳이라고.”
“궐을 벗어나면 다른가?”
“그렇다고 하지만.”
“다를 것이 없네.”
수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기웅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엷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네. 우리가 아는 세상 그 어디에서도 나를 받아줄 이는 없어.”
“무슨 말이 그러한가? 아니 그게 지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일단 살고 봐야 할 것이 아닌가?”
“그게 무슨 말인가?”
“주상이 아셨네.”
수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전하가 아셨다고?”
“그래.”
“이게 무슨?”
“세자가 불려갔네.”
수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으로 인해서 그 어린 세자가 겪을 일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도와주시게.”
“뭐라고?”
“저하를 살려주시게.”
“자네 정말.”
기웅의 얼굴이 굳었다.
“이 상황에서도 나에게 할 수 있는 말이 고작 그것인가? 나에게 바라는 것이 고작 그것이란 말이야?”
“자네는 나의 동무가 아니던가? 나의 동무라면 나의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자네는 나를 동무라 생각을 하는가?”
기웅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로 자네가 나를 동무라고 생각을 하면 이러면 안 되는 것이지. 도대체 왜 나를 이리도 아프게 하는가?”
“자네를 동무라 생각을 하니 부탁을 하는 것이야. 자네라면 뭐든 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이니.”
“싫네.”
기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할 수 있다고 한들 현우를 돕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나라고 해서 모든 일들이 다 행복한 일이 될 거라고만 생각을 하는 건가?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나도 아픈 일들이 있고. 나도 버거운 일들이 있어. 자네가 이해를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미안하네.”
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자네의 아픔을 내가 몰라서.”
“자네라도 그러면 달아나게.”
“그럴 수 없네.”
“자네 정말.”
“저하 혼자가 되지 않는가?”
수현의 대답에 기웅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게 지금 중요하단 말인가? 도대체 그게 지금 왜 중요하단 말인가?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일단 자네가 살아야지. 살고 나서 그 모든 것들이 다 가능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저하가 없으면 살 수 없네.”
수현의 대답에 기웅은 고개를 숙였다.
“자네 너무나도 잔인하네. 정말 너무나도 잔인해.”
“미안하네.”
“너무 잔인해.”
기웅은 가만히 수현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잠시 그의 눈을 애틋하게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입술을 가져왔다. 수현은 고개를 돌리고 그의 입술을 피했다. 기웅은 쿡 하고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안 되는 것이군.”
“미안하네.”
기웅은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하 괜찮으십니까?”
“스승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현우는 달아오른 수현의 뺨에 아랫입술을 물었다.
“내가 왕이 될 겁니다.”
“그러지 마세요.”
“스승님.”
“누군가에게 사소한 복수의 마음을 가지는 사람은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그게 당연한 규칙입니다.”
“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일 아닙니까? 도대체 왜 스승님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겁니까?”
“저하도 전하를 뵈었다지요?”
“그것이.”
“무어라 하십니까?”
“아무 것도 아닙니다.”
현우는 고개를 숙였다. 수현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너무 아픈 일이었고 괴로운 일이었다.
“스승님이 우선입니다.”
“왕이 되시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자리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합니다.”
수현은 단호히 대꾸했다.
“그 자리에 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싸우는 겁니다. 그 자리에 모두들 다 가고 싶어하는 겁니다.”
“스승님도 그렇습니까?”
“네?”
“스승님도 그 자리가 탐이 나십니까?”
“저하.”
“그럼 왕이 되겠습니다.”
현우의 말에 수현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내게 왕이 되라 말하세요.”
“그럴 수 없습니다.”
“그대를 위한 왕이 아닙니다.”
현우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만의 왕이 될 겁니다.”
“저하. 그러실 수 있습니까?”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을 잃어야 할 겁니다.”
“이미 그럴 마음입니다.”
현우는 조심스럽게 수현의 손을 잡았다. 수현은 그 손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맞잡았다. 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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