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른한 오후 9
“도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는 거야?”
“그 사람이 그냥 나를 늘 어린 사람으로만 보니까. 내가 그렇게 어리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네가 그냥 어린 사람이라는 사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 걸? 변하지 않을 거다.”
“달라지게 할 거야.”
수현의 대답에 기웅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연하의 증거라는 거 알아?”
“어?”
“원래 연하들이 꼭 그런 식으로 자기가 어른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서 헛짓을 한다. 이 말이지.”
“하여간 너는.”
수현은 기웅에게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수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문제집에 몰두했다.
“아 좋다.”
커피를 마시며 현우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 좋았다. 게다가 자신의 카페라서 원하는 음악이라면 뭐든 다 틀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좋다. 매일 이랬으면.”
“매일 이러면 안 되는 거죠.”
“뭐야? 너.”
수현을 보며 현우는 살짝 눈을 흘겼다.
“왜 사람 말을 엿듣고 그러냐?”
“사장님이 그냥 말을 하고 있는 게 들린 거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매상이 안 나오는 매장이 매일 매상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요? 가끔은 장사가 되는 날도 있고 그래야죠. 안 그래요? 이러다 망하겠네.”
“안 망해.”
현우의 대답에 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삼촌이 이 가게의 오너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는 그냥 얻어 살 수는 없는 거 아니에요?”
“어?”
아마도 지금 수현은 현우가 삼촌의 건물에 그냥 세를 들어서 사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가?”
“그럼요. 매상이 오르기를 기도해야죠.”
“그건 잘 모르겠다.”
현우의 장난스러운 대답에 수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장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네가 뭐?”
“다시 일을.”
“안 돼.”
현우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수현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아니 더 이상 그가 자신의 구역에 들어오기를 바라지 않았다. 사장과 손님의 관계는 사장과 알바의 관계보다 멀었으니까.
“학생이 무슨 알바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내 카페 그렇게 손님이 많지 않아서 너 월급을 줄 정도는 아니거든.”
“큰 돈 안 바라거든요.”
“그러다 나 잡혀간다.”
“치.”
수현은 입을 내밀고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현우는 그런 수현을 뿌듯하게 바라보더니 음료수를 건넸다.
“오늘은 공짜.”
“오, 감사합니다.”
현우는 잠시 수현을 바라보다 다시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여유로이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수현은 그런 현우의 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나 정말 미치겠다.”
“왜?”
“그 사람이 너무 좋아.”
수현의 대답에 기웅은 미간을 모았다.
“아니 그 사람을 얼마나 봤다고 그런 말을 해? 사람이 조금 더 친해지고. 뭐 그러고 나서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꼭 그러라는 보장은 없는 거지. 그리고 너도 사장님을 아는 것처럼. 그 사람 되게 좋은 사람이거든.”
“나는 아니다.”
기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너만 결국 다치게 될 걸.”
“왜?”
“원래 늘 더 좋아하는 쪽이 손해인 법이니까.”
“나는 안 그럴 거야.”
“그건 아무도 모르지.”
수현은 한숨을 토해냈다. 당연한 이야기이고 별 것 아닌 이야기였는데 이상하게 기웅의 이야기가 너무 화가 나는 그였다.
“하여간 너는 말을 해도.”
“뭘?”
“됐다.”
수현은 책상에 반쯤 엎드려서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방과 후에 현우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미리 문제를 풀어야 했다. 뭐 문제집을 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우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겠지만 그에게 거짓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기웅은 그런 수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매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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