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나의 왕자님 34
“아기씨를 생산해야 합니다.”
현우의 말에 은빈은 물끄러미 그를 응시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자빈도 원하는 것을 얻고, 나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이 유일한 방도로 보입니다.”
“저하는 저를 사모하시지 않지 않으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찌?”
“가능합니다.”
현우의 말에 은빈은 고개를 숙였다.
“저하. 비록 소녀가 저하의 지어미가 되기 위해서 입궐을 하였으나 저하의 애정도 없이 그러기는 싫사옵니다.”
“세자빈은 어린 아이요?”
“네?”
“그래야 한다는 것을 정녕 몰랐소?”
“그것이.”
“우리는 합궁도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해야 합니다.”
현우의 말에 은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 역시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저 이름만 세자빈일 뿐 그들은 그저 소돼지만도 못한 존재였다.
“그래서 저하는 그게 좋으십니까?”
“네.”
“무엇이 좋으십니까?”
“힘을 얻을 증거입니다.”
현우의 말에 은빈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의외로 간단한 것들입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정통성을 지킬 수 있는 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이 될 겁니다.”
“저하. 그러실 수 있겠습니까?”
“네.”
현우의 대답에 은빈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버려야 하지만 무조건 버릴 수도 없는 그런 제안이었다.
“제가 저하를 선택을 하게 되면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너무나도 많이 버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하의 편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까?”
“왜 그렇습니까?”
“그대에게 충실할 겁니다.”
은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의 스승님은 이곳을 떠났습니다.”
“사실입니까?”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현우의 쓸쓸한 표정에 은빈은 고개를 숙였다. 그가 느끼고 있는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알 수 있는 그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왕이 되는 겁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은 그들에게 복수를 할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저를 사모하지는 않으신다는 거군요?”
“네.”
은빈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제가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세자의 어미가 될 테니까요.”
“저하.”
“내 아이는 오직 하나일 겁니다.”
은빈의 얼굴에 순간 알 수 없는 표정이 지났다.
“그 이야기는 그 아이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당신의 아이는 바로 왕이 될 거라는 겁니다.”
나의 편에 서지 않는다?”
“네.”
유준은 가만히 은빈을 응시했다.
“후회를 할 텐데.”
“괜찮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대를 그리 만드는 겁니까? 이현우 그 녀석은 절대로 왕이 되지 못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분을 사모해서 궐에 들어왔습니다.”
유준은 가만히 은빈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모든 것을 다 잃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도 바로 후회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질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알고도 지금 이러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 녀석이 지니고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것을 모르시죠?”
“그렇습니다.”
“절대로 왕이 되실 수 없습니다.”
은빈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자 유준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인지는 모르나 나를 자극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를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대를 위해서입니다.”
“뭐라고요?”
“저하는 왕이 되실 분이니까요.”
“왜놈들을 그리 봐서 뭐 하는고?”
“조선으로 쳐들어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그럴 일 없수다.”
뱃사람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가끔 와서 노략질을 하기는 하지만 그 이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놈들이여. 겁이 월매나 많은데.”
“그러니까. 서울서 온 양반이 잘 모르는 것이겠지만 저 녀석들은 그럴 놈들이 절대로 아니란 말이여.”
“그런가요?”
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듣는다고 마냥 마음이 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조선을 공격하고 약탈하지 않습니까? 저들을 그리 쉽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너무 걱정이 많으신 듯 합니다.”
“그런가요?”
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저 제가 걱정이 너무 많은 것이면 좋겠습니다. 진정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인데. 저 혼자 그러는 것이기를. 그리 간절히 바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렇겠죠?”
“물론입니다.”
“우라질.”
숙소로 돌아온 수현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도대체 이곳의 사람들은 어찌 이리 태평하단 말인가? 왜나라 놈들이 금방이라도 쳐들어올 것이 자명한 일인데. 어찌. 어찌 다들 이리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고. 저들을 그냥 보고만 있어?”
수현은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이 생길 것이야.”
수현은 재빨리 글을 적어내려갔다.
“밖에 누가 있는가?”
사내가 들어오자 수현은 그에게 서신을 건넸다.
“한양으로 가게.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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