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염소나타 [예술의 미학, 그리고 그림자]
과연 문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문학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고민이 가장 잘 담겨 있는 글이 바로 ‘김동인’의 [광염소나타]일 것이다. 꽤나 오래 전에 적힌 글이지만 그 문체나 힘, 그리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 등은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도 많은 물음을 던진다. 특히나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관대한 시선을 지니고 있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과연 예술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 우리가 예술을 위해서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는 더욱 궁금한 부분이다. 더군다나 예술이 아름답다면 우리는 그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행해지는 모든 일에 대해서 용인해야 하는지 역시 문제가 될 것이다. 강한 충격이 있을수록 우리는 더욱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용서받지 못할 일을 했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하는가?
더불어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 가야만 하는 것일까? 특히나 우리가 걸작이라고 일컫는 무언가가 도덕적 문제가 있다면 우리는 그 순간부터 더 이상 걸작이 아니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즉, 잔혹한 사건과 예술을 하나로 봐야 하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혹자는 절대로 두 가지를 같이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광염소나타] 속의 악인이자 예술가인 ‘성수’와 그를 가르친 ‘K’역시 사건과 예술을 따로 보고자 노력하는 인물일 것이다. 아니 전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잔혹한 경우에도 미학적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행해도 된다고 말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순간에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예술 작품에 대해서 어떤 가치를 내려야만 하는 건가? 작가 개인을 본다면 우리는 잔혹한 일이 벌어진 예술을 외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예술 작품이 진정으로 가치가 있다면 우리는 그러한 판단을 성급하게 하지 않고 작가에게 면죄부까지 줄 것이다.
더불어 한 가지 중요한 문제는 예술이 만들어졌던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던 것이 후세로 넘어오면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일부다처제와 같은 일을 하는 작가가 쓰는 문학의 경우 오늘날에는 커다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왕족의 경우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누군가를 살해한 이의 글을 읽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그 문학적 작품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살아남은 예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그를 만들어내기 위한 창조자는 그저 곁들임에 불과하기 따름이다.
[광염소나타]가 좋았던 이유는 진실로 사람들이 고뇌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물음을 던졌다는 것이다. 예술이 어디까지 가야만 하는가. 아무래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는 그 당시에는 이게 정말로 당연한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광염소나타] 안에서는 그 어떤 명확한 답을 내리지도 않는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직접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토론을 하고자 하는 것이었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무책임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나마 ‘김동인’이라는 작가와 동일시되는 ‘K’를 통해서 묵임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을 할 따름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묵임을 하고 넘어가게 될 것인지 소설은 말하지 않고 그저 닫힌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이 그냥 잠잠히 닫힐 것으로 보이기도 하나, 그럴 것이라면 왜 이토록 진지하게 두 사람이 논쟁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예술에 대한 가치를 논했다는 점만으로도 [광염소나타]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한 바가 크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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