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단편] 공룡이 숨쉰다. 확장

권정선재 2014. 11. 20. 22:53

1

크르렁, 길을 걷던 선재는 갑자기 우뚝 섰다.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황급히 곁에 있는 창환을 바라봤다.

지금 들었어? 크르렁 거리는 소리?”

크르렁? 너 오늘 술 너무 마신 거 아니야?”

아니 분명히 크르릉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소리는 무슨 소리.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선재는 고개를 갸웃하며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방금 그가 들었던 울부짖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창환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선재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선재 너 술이 약하다고 하더니 정말 약하네. 곧장 집으로 가. 알았지?”

? 알았어. 형 내일 봐.”

창환이 갈림길에서 멀어지고 나서도 선재는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가 들었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짧게 한숨을 내쉰 후 일어서는 선재의 귀에 다시 한 번 크르렁, 이 소리가 들렸다.

뭐야? 도대체?”

선재는 긴장을 한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봤다. 소리가 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라도 길고양이라도 있을까 해서 휴대전화의 불빛으로 이리저리 비춰 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오직 소리는 밤늦은 시간까지 다니는 배달 오토바이가 전부였다. 선재는 입을 실룩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그의 뒤로 크르렁, 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선재는 곧 그 소리가 자신의 발밑에서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높지 않은 언덕, 아스팔트로 단단히 덮인 이곳에서 소리가 났다.

선재는 황급히 바닥에 엎드려서 아스팔트에 귀를 가져갔다. 누군가가 잠을 자고 있는 듯 거친 숨소리가 그의 귀에 울렸다. 그렇게 조금 더 제대로 소리를 들으려는 순간 갑자기 크게 경적이 울리고 불빛이 그에게 다가왔다.

여기에서 뭐 하는 겁니까? 술에 취했어요?”

경찰이었다. 선재는 자신을 지금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경찰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 아래에 누가 있습니다.”

? 누가 있다고요?”

경찰의 시선이 자신을 의심하는 듯 바라보자 선재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 발 바로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아스팔트 아래에 말입니다. 분명히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스팔트 아래에 소리가 들렸다고요?”

크르렁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기 좀 들어보세요.”

하지만 경찰은 선재의 곁으로 오기는커녕 선재를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그에게 다가서 팔을 부축했다.

여기에 뭐가 있어요? 혹시라도 지하철 공사를 하는 곳 소리가 나는지 모르겠네.”

아니라니까요? 동물이 우는 소리였어요.”

여기 길고양이랑 유기견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리고 이 늦은 시간에 술에 취해서 그렇게 있으면 위험해요. 어서 집에 갑시다.”

아니, 아직 더 확인을 해야 하는데요?”

그럼 제가 확인을 해드릴게요. 그러면 되죠?”

선재가 고개를 끄덕이자 경찰은 고개를 한 번 흔들더니 바닥에 엎드려서 아스팔트에 귀를 가져갔다. 선재도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봤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곧 경찰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봐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잖아요. 지금 술에 너무 많이 취하셔서 잘못 들으신 거야. 혹시라도 소리가 들린다고 하면 일단 집에 가서 주무시고 난 다음에 들어요.”

그 때 소리가 사라지면 어떻게 해요?”

술에 깼다는 거지.”

경찰은 억지로 선재를 경찰차에 태웠다. 경찰의 말에 선재도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오늘 술을 평소에 비해서 조금 많이 마시기는 했다. 선재는 집에 도착을 해서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크르렁 거리는 소리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의 머리에 남아 있었다.

분명히 그 소리는 술을 마셔서 들린 소리가 아닌데.”

선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일단 내일 창환에게 물어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분명히 자신만 들은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제 잘 들어갔냐?”

. 형도 잘 들어갔지?”

그래. 그나저나 너 어제 그 들린다는 소리는 어떻게 된 거냐?”

창환은 선재에게 커피를 건네면서 가볍게 물었다. 선재는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분명히 제 귀에는 크르렁 하는 소리가 들렸거든. 그런데 경찰도 그러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봐. 어제 평소보다 술을 좀 많이 마셨잖아.”

그러게 말이다. 내가 어제 너를 말렸어야 했는데. 너 어제 가관이었어.”

놀리기는. 아무튼 나는 분명히 그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선명하단 말이지.”

그럼 다시 확인을 해보지? 왜 여기에서 이렇게 고민을 하냐?”

솔직히 우습잖아. 그리고 나중에 밤에나 가보려고.”

진지하게 말을 하는 선재를 보면서 창환은 살짝 입을 내밀었다. 그런 창환을 보며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확인을 해서 나쁠 것은 없잖아.”

알았어.”

창환도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크르렁 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처에서 소음이 나기는 충분한 환경이었다. 선재는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시고 싱크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책을 정리하려는 순간 창환이 황급히 선재의 등을 때렸다.

너 이거 봐.”

?”

그 놈의 왜. 일단 와서 보라니까?”

선재는 입을 내밀면서 창환의 곁으로 갔다. 모니터에는 영국에서 살아있는 공룡이 발견이 되어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역시나 거짓말이겠거니 하고 다시 일을 하려는 순간 창환이 그를 붙잡고 화면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실제 공룡을 찾는 사람에게는 30억을 상금으로 준다는 문구에 선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창환을 바라봤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공룡을 찾을 수도 없는 거잖아? 이걸 말을 해서 어쩌자고?”

너 어제 소리를 들었다며?”

그런데?”

네가 말을 한 그 크르렁 소리 말이야. 왠지 공룡 소리 같지 않냐?”

공룡은 무슨 내가 술에 취한 거라며?”

선재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도 어제 들었어.”

순간 선재의 손이 멈칫했다. 고개를 돌리니 창환이 웃음기가 하나도 섞이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어제는 나도 내가 술에 취해서 잘못 들은 것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우리 어제 들은 소리 확실히 공룡 소리 같지 않았어? 그게 유기견이나 길고양이의 소리는 아니잖아.”

공룡은 무슨. 우리 동네에 무슨 공룡이 있어?”

왜 모를 일이지? 고인돌도 그렇게 많이 발견이 되었는데 공룡이라도 없을까 봐?”

살던 지역이 다른데 무슨 소리야. 그리고 행여나 공룡이 살았던 곳이라고 하더라도 설마 지금까지 공룡이 있으려고?”

너 기사 제대로 안 봤냐?”

기사는 왜?”

선재는 다시 모니터를 확인했다. 모니터에는 백만 년을 고스란히 잠을 잔 공룡이 이제야 깨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농부가 우연히 크르렁 거리는 소리를 듣고 알아차렸다는 문구도. 창환을 바라보자 창환은 씩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뭐야?”

뭐긴?”

공룡이 진짜로 있다고?”

그래.”

거짓말.”

선재의 말에 창환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왜 못 믿는 거냐?”

아니. 말이 안 되잖아. 공룡이 멸종한 것이 도대체 언제인데? 그 공룡이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 말이나 된다고?”

다시 나타난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멸종하지가 않은 거지. 원래 공룡이 그냥 잘 살아있었는데 우리들이 모른 거야. 우리들이 그 녀석들이 있었던 것을 모른다는 이야기라니까?”

그게 사실이야?”

그렇다고 하잖아.”

선재는 물끄러미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이거 돈이 된다는 거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선재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살짝 몸을 앞으로 기댔다. 안 그래도 요즘 취업도 안 되고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만 잔뜩 있어서 고민이었는데 공룡을 팔아서 돈을 번다면 최고였다. 몸도 편하고 사람들 관심을 갖기도 쉬웠다.

형 이거 어떻게 팔아야 하는 거지?”

일단 공룡이 있는 것부터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네.”

선재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먼저 찾아내는 쪽이 임자였다.

형 뭐 해? 얼른 가자.”

뭘 그렇게 서둘러?”

우리가 안 가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그 공룡이라도 찾으면 우리는 그야 말로 꽝 되는 거라고. 뭐 밟은 거야. 우리가 먼저 찾았고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거 알았으니까 당연히 우리가 먼저 가야 하는 거라니까?”

남들도 이것에 대해서 신기하게 생각을 할까?”

당연하지.”

선재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그러면 당연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거잖아. 아직은 나만 들었지만 이제 다른 사람들도 들을 거야. 아 뭐해? 얼른 가지 않으면 놓친다니까?”

 

여기지?”

.”

창환은 주위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아스팔트에 귀를 가져갔다. 자동차 소리에 묻혀서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공룡이야. 공룡 맞아.”

어떻게 공룡이 있어? 여기 아파트들 봐. 그런데 기반도 파지 않았다고?”

그런 건 모를 일이지. 안 그래?”

선재는 머뭇거렸다. 분명히 무슨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공룡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본인 보다 더욱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창환에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여기에 굴을 파자.”

말도 안 돼. 누가 허가를 내주겠어?”

허가는 당연히 나면 안 되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그 돈 우리가 시에서 허가를 내면 우리가 모두 가질 수가 있겠어? 못 가지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렇게 큰 공룡이 깨어나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크기는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야?”

창환의 물음에 선재는 가만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아주 작은 공룡이 잠을 자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선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을 시간에 굴을 파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새벽에 파서 해가 뜨기 전에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상황. 게다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에 굴을 파야 했기에 근처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열심히 뚫고 있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은 열심히 굴을 팠다. 그들이 굴을 파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크르렁 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먼지 몰라도 분명히 뭐가 있는 것 같지?”

.”

도대체 뭐가 있는 거지?”

창환이 가볍게 벽을 두드리는 순간 단단한 흙덩어리가 아래로 굴러 떨어지더니 곧 흙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리고 짙은 분홍색의 어떤 벽이 다시 나타났다. 선재는 조심스럽게 벽에 손을 댔다.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따뜻했다. 선재는 창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거 공룡 맞냐?”

?”

아니. 공룡도 파충류인데. 파충류가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해서 말이야. 우리 뭐 이상한 거 찾은 거 아니야?”

그러면 더 좋은 거 아니야?”

선재의 물음에 창환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이미 공룡은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이 된 거 아니야. 그리고 이게 공룡이라면 우리는 한국에서 최초로 공룡을 찾은 거니까 돈을 벌어서 좋은 거고. 공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는 거고.”

그렇지. 형 이제야 머리가 돌아가네.”

선재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우리 이제 부자야.”

그런데 사람들이 이 녀석에 관심을 가질까?”

당연하지. 사람들 특이한 거 좋아하잖아. 이 공룡처럼 특이한 것이 또 어디에 있다고 그래? 형 우리는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거야.”

 

2

아니 여기에서 공룡이 나왔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게 누가 여기에서 발굴을 시작을 한 거예요?”

공룡만 찾으면 일이 끝이 날 줄 알았던 것과 다르게 공룡이 사실로 드러나자 문제는 점점 더 커졌다. 일단 아파트 부녀회에서 들고 일어났다.

누가 발굴을 했건 우리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거잖아요? 그리고 여기 우리 아파트 지하니까 우리 공룡이 맞는 거라고요.”

그러자 이번에는 건설사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곳에서 사시는 분들은 그 분들일지 몰라도, 건물 자체의 토지 주는 우리 건설사로 이름이 되어 있어요. 우리 건설사는 공룡을 돈벌이로 사용을 하려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건설사의 마스코트로 사용을 하고 공룡이 안정을 취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이번 일은 우리 건설사가 나서야 합니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다른 지역에는 공룡이 잠들어 있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사실상 확정이 되었다. 그리고 공룡의 몸값은 처음 30억을 가볍게 넘어서 어느새 3조라는 금액까지 올랐다. 그들이 다툼을 벌이는 사이 선재와 창환도 부지런히 그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언제 저희가 발굴을 하는데 주민들이나 건설사에서 도움을 주신 적 있습니까? 저희가 직접 공룡을 찾아낸 것입니다. 백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빛도 보지 못하고 땅 속에 있던 그 가련한 동물을 우리가 찾아낸 거라고요.”

맞습니다. 만일 저희가 찾아내지 않았다면 상처 입은 분홍 공룡은 계속 차가 다니는 길 밑에서 밟히고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선재와 창환의 노력이 먹혔던 모양인지 일단 인터넷 여론은 두 사람에게로 몰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3조라는 돈을 놓치게 될 상황에 놓인 아파트 부녀회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이대로 있다가는 공룡을 빼앗길 참이었다.

공룡이 불쌍하다고 말을 한 그 두 젊은이가 왜 공룡을 찾았는지 아십니까? 단순히 그 공룡을 돈으로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일 저희 아파트에서 이 공룡의 소유권을 인정을 받게 된다면 공룡을 30억 정도에 서울대공원에 양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공룡은 저희가 소유권이 아닌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론은 다시 부녀회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건설사에서 토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꺼내기는 했지만 실제로 거주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회사의 마스코트로 사용을 한다는 건설사의 입장보다 서울대공원에서 국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견에 사람들은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공룡은 꺼내지자마자 부녀회에서 처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모든 일이 순조롭던 순간 시에서 간단히 결론을 냈다.

정확히 공룡이 발견이 된 위치를 확인하니 아파트 아래가 아니라 시의 소유인 도로 아래에 있었던 것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아파트 역시 시유지를 일부 침범한 것이 확인이 되어서 이에 대해서 보상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부녀회와 건설사는 시유지의 일부를 무상으로 양도를 받는 것으로 더 이상 공룡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시에서 너무나도 간단히 공룡의 소유권을 인정을 받으려고 하자 인터넷에서 목소리들이 나기 시작했다. 찾은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룡에 대한 소유권을 완전히 넘기라는 말씀인가요?”

그냥 넘기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 10억 정도를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저희가 왜 그래야 하는 거죠?”

머뭇거리는 창환과는 다르게 선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공룡을 꺼낼 수만 있다면 3조라는 돈이 그들의 돈이었다. 아니 최근 영국에서 발견이 된 공룡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보도만 보더라도 3조 이상의 금액이 그들의 손으로 들어올 수가 있었다.

명백하게 그곳이 시유지라는 것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시유지에서 발견이 된 공룡이 무조건 시의 소유라는 것은 아닐 텐데요.”

왜 시의 소유가 아닙니까? 이러지 마시고. 그러면 애초에 받을 거라고 생각을 하셨던 30억을 두 분께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잠시 머뭇거리는 두 사람을 보면서 공무원은 보일락 말락 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끼리 잠시 상의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죠.”

공무원이 자리를 비키자 창환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선재야 우리 이러지 말자.”

?”

그 공룡 말이야. 애초에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맨 처음에 공룡으로 돈을 만들자고 한 것은 바로 형이야.”

그랬지. 하지만 이거 일이 너무나도 커지잖아. 이건 아니야.”

창환의 태도에 선재는 창밖 멀리를 바라봤다. 그런 선재에 창환은 가볍게 어깨를 만졌다.

선재야 우리 지금 시에서 주겠다는 돈도 만지기 어려운 돈이야. 너도 알잖아.”

그렇지만 더 큰 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잖아.”

그 돈을 우리가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 공룡을 찾기까지 일이 더 많이 걸릴 거야. 그리고 공룡을 찾더라도 우리가 그 사람들하고 협상을 하는 것도 어렵고 말이야. 안 그래? 그렇다면 일단 돈을 받고 빠지는 것이 낫다고.”

창환의 설득에 선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에서 제공하겠다고 하는 돈은 너무 적게 느껴졌다. 3조라는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시에서도 알기에 더욱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 확실했다.

형은 가만히 있어. 내가 형의 돈을 딱 두 배로 불려줄 테니까.”

그런 짓을 해도 되겠어?”

그럼. 그리고 어차피 시에서는 우리에게 얼마를 주건 엄청난 돈이 남을 거라고. 모두 다 좋게 지내자는 거야. 어때?”

창환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공무원이 들어왔고 선재와 공무원 사이에서는 밀고 당기는 싸움이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결국 공무원은 선재의 말에 동의하고 서류를 한 장 내밀었다.

양도 증서입니다.”

먼저 돈을 주시죠.”

물건을 받고 돈을 주는 것이 상도죠.”

저희가 시를 어떻게 믿습니까? 그러니 먼저 돈을 주시죠. 시에서 돈을 언제 줄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에요.”

저희를 못 믿는 겁니까?”

솔직히 나라를 믿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잠시 선재를 바라보던 공무원은 일이 여기에서 그르쳐서는 안 되는지 여직원을 불러서 뭔가를 지시했다. 그리고 잠시 후 선재의 전화에 진동이 울렸다. 확인하니 30억이 입금이 되었다는 문자였다.

이제 되셨습니까?”

혹시나 통장 거래를 막는다거나 그런 치사한 행동을 하시지는 않으시겠죠?”

우리 시를 무엇으로 보는 겁니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럼 저희는 믿고 가겠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죠. 저희도 그 믿음 지켜야죠.”

선재와 창환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무원은 그들이 나가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기지개를 켰다.

당장 해외에서 구매를 하겠다는 사람들하고 연결을 하고 공사를 진행하지.”

 

우리 정말 살아있는 동물로 이런 돈을 받아도 되는 거야?”

왜 그렇게 약한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공룡 같은 것은 어차피 살 수가 없는 동물이라고. 그럴 바에야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이런 동물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형도 알잖아.”

선재의 말에 창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만 년 만에 기후도 다른 곳에서 깨어난 공룡이 괜히 이리저리 팔려서 고통을 받는 것 보다 시에서 깔끔하게 처리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맨 처음 그가 받고자 했던 돈도 그의 수중에 있었다.

그래 선재 네가 좋다고 하면 다 좋은 거겠지. 그리고 설마 시에서 공룡에게 나쁜 짓을 하겠어? 시 이미지도 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어차피 우리가 데리고 있었으면 더욱 말이 많았을 거야. 공룡을 돈벌이로 삼으려고 한다. 막 그런 이야기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시에다가 잘 넘긴 거라고. 그리고 시에서 우리에게 그렇게 선뜻 돈을 내주는 것을 보면 아마 그 이상의 돈이 남을 거고 말이야.”

그래 아무도 손해를 본 사람이 없으니까. 공룡도 그렇게 괴롭지는 않겠지?”

그럼.”

선재의 대답에 창환은 낮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자기 목소리를 낼 줄이야.”

돈이 엄청나니까 그러지.”

선재의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에도 창환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더라도 사람들은 너무나도 성급하게 움직이고 모두 다 자신의 목소리만 냈다. 서로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생각을 한 쪽도 힘을 합치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 두 사람은 갈라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형은 나랑 갈라지려고 했어?”

그런 게 아니라.”

알아. 형이 무슨 말 하는지.”

선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나도 형에게 부탁을 할게. 형도 나 몰래 협상하고 그러면 안 된다. 내 말 알지?”

그래.”

창환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귀찮은 일은 사절이었다.

3

개발은 시의 바람과는 다르게 점점 어긋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공룡이 시끄러웠던지 잠자리를 약간 옮긴 것에 있었다. 전혀 소유권이 없었던 아파트 아래로 공룡의 꼬리가 길게 뻗었다는 것을 안 부녀회와 건설사가 다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시는 그러한 것과 상관없이 도로를 무너뜨리고 공룡을 꺼낼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도로의 지반이 생각 외로 약해서 언덕 자체가 고스란히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시에서도 소극적인 자세로 변했다. 오직 공룡을 꺼낼 곳은 아파트 지하였다.

어차피 여기에서 공룡을 꺼내야 하는 거 우리에게도 돈을 주시는 것이 어때요?”

그래요. 30억씩 그 총각들에게 줬다면서요? 우리는 부녀회, 그리고 건설사에서 30억씩만 받겠습니다.”

너무 큰 돈 아닙니까?”

그래서 못 주시겠다는 건가요?”

조금이라도 줄이시죠. 그러면 어떻게라도 합의를 보겠습니다.”

저희는 손해가 날 것이 없지요. 그럼 저희는 개발을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한 번에 60억이나 지출을 한 시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공룡을 꺼내서 돈을 만들어야 했다. 안 그래도 위험한 재정에 새로운 60억을 지출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시간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맨 처음 지금을 한 60억의 이자도 나날이 나오고 있었고, 공룡이 언제 다시 자리를 옮길 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시는 부녀회와 건설사에도 다시 60억을 지급을 하기로 했다.

당분간 아파트에 소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일주일 간 아파트를 비워주시기 바랍니다.”

시의 공고가 나고 나서 아파트 주민들은 천천히 아파트를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의 시간이 흐르고 시에서는 내일을 디데이로 굴을 파기로 했다. 다음 날 시장부터 도지사, 거기다가 총리와 대통령까지 위성도시의 오래된 동네로 모였다.

위대한 대한민국에서 공룡이 발견이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가 그토록 오래되었다는 것을 증명을 해주는 좋은 역사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써 경기도 부천시에서 공룡이 발견이 되었다는 사실에 축하를 드리며, 오늘을 공룡절로 선포, 공휴일로 지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도에 있어서 부천은 아주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서울과 인천의 사이에 있는 곳이면서 문화가 융성하게 발달을 한 곳입니다. 이러한 곳에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이끌어낼 공룡이라는 존재가 발견이 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고무적입니다. 도에서는 이곳을 새로운 전철역인 공룡 역으로 만들기로 정했습니다. 이 공룡은 우리 경기도의 자랑이고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자랑스러운 문화 도시 부천에 와주신 내빈 외빈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은 부천에 있어서 가장 뜻 깊은 날입니다. 고인돌이 발견되었을 때도 이토록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오늘에야 우리는 부천이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고, 세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라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변두리 땅이 아닌 세계의 중심을 알리며 지금 바로 공룡을 구출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세 사람의 축사가 끝이 나자 굴을 파는 작업이 시작이 되었다. 모두가 긴장을 하고 드릴만을 주시하고 있던 가운데 갑자기 크르렁 하는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땅이 흔들렸다. 공무원은 황급히 드릴조종 기사에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드릴이 멈추자 땅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도지사 도대체 무슨 일인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시장 대체 무슨 일인가?”

곧 알아보겠습니다. 국장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공무원은 진땀을 흘리며 드릴이 구멍을 파던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눈에 약간의 붉은 무언가가 묻어있는 것이 보였다. 공무원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괜찮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입을 움직이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어서 계속 작업을 해.”

하지만 사람들이 공룡의 등에 상처가 난 것을 알았을 거라고요.”

아마 공룡만 제대로 나온다면 사람들은 피를 신경을 쓰지 않을 거야.”

저는 못 해요. 아까 뭔가 이상하게 걸리는 그 느낌이 잊어지지 않는다고요. 그거 되게 불쾌한 기분이에요.”

기사가 고개를 젓자 공무원은 미간을 잔뜩 모았다. 이대로 그냥 엎어두었다가는 자신도 모가지였다.

지금 공룡의 등에 상처를 입힌 것이 누군데 안 하겠다는 거야?”

하지만 더 상처가 나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책임을 질 테니까 무조건 굴을 파라고. 알아들었어?”

아유, 알겠습니다.”

기사는 다시 드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걱정을 하던 표정의 대통령과 도지사, 그리고 시장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모든 방송국의 카메라가 생중계로 드릴만을 보고 있는 상황에 갑자기 다시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드릴도 멈췄지만 땅의 흔들림은 멈추지 않았다. 모두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서 어리둥절한 상황에 한 꼬마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공룡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아이가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등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진분홍 공룡 한 마리가 천천히 땅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방송국은 황급히 공룡을 따라서 카메라를 옮겼다. 시끄러운 소란에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공룡은 금세 큰 소리로 울더니 땅을 달리기 시작했다. 공룡이 한 발 움직이자 아파트가 무너졌고, 다시 한 발 움직이자 이제 막 건물을 올린 아파트가 무너졌고, 꼬리를 움직이자 도로 한 가운데가 움푹 파였다.

저 공룡이 지금 뭘 하는 거야?”

그게 막 세상에 나와서 적응이 되지 않은 상황인 모양입니다.”

어서 진정을 시키게.”

시장은 도지사와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공무원에게 황급히 명령했다.

저러다가 마을이 다 무너지겠어.”

알겠습니다.”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공무원에게도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공룡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군대와 경찰, 소방관까지 모두 출동했지만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쉽게 공격을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대통령 역시 생중계로 진행이 되고 있는 현장이기에 쉽게 명령을 내리기 어려웠다. 대통령은 황급히 도지사와 시장을 불렀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아무리 그래도 사살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대통령께서 안 좋은 소리를 들으실 겁니다.”

그러면 시장 자네는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건가?”

일단 바리게이트를 치는 겁니다. 그리고 동물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거죠.”

그렇다고 지금 저 문제가 처리가 되겠습니까?”

그래도 일단 대통령께서 잘못을 하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시장의 말에 대통령도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바리게이트가 문제였다. 바리게이트를 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용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일단 공룡은 낯선 것이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이 불만이었는지 가만히 주위를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라에서 알아준다는 동물학자들이 현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공룡을 어떻게 진정을 해야 할까?”

악어처럼 입을 묶으면 되는 걸까?”

도마뱀처럼 등을 따뜻하게 하면 되는 걸까?”

이구아나처럼 양상추라도 잔뜩 줘볼까?”

코모도 도마뱀은 고기를 먹으니까 배가 고픈 것이 아닐까?”

그럼 어떤 먹이를 줘야 하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초식 공룡이 없으니 파충류라도 줘야 하는 건가?”

수많은 학자들이 있었지만 그 어떤 학자들도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일단 마취부터 하고 보자는 의견에 마취약은 조달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코끼리보다는 컸지만 파충류라서 그렇게 많은 양의 마취약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실수로 공룡이 죽기라도 한다면 그 잘못은 모두 그들이 뒤집어 쓸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그들이 망설이던 사이 공룡은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큰일입니다. 대통령님 일단 피신을 하시죠.”

대통령은 입맛을 다시면서 청와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위험합니다. 도지사님 일단 대피를 하시죠.”

도지사는 다행이라는 표정을 억지로 숨기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시장은 자신도 누군가가 어서 대피를 하라고 말을 해줄 줄 알았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사람들의 말은 너무 달랐다.

저 멍청한 시장이 잠을 잘 자고 있는 공룡을 깨워서 이 모양이네.”

그러게 말이야. 저 말을 사람들에게는 누가 보상을 해줄 거야?”

시장은 너무 억울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결국 공룡의 소유권은 시로 넘어왔고 모든 책임은 시에서 지는 것이 맞았다. 이렇게 된 것 공룡을 어떻게 해서라도 잡아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룡을 잡게. 행여나 죽어도 좋아. 시체라도 원하는 자가 있겠지.”

시장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경찰은 총을 쏘기 시작했고, 소방관은 물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군인은 일단 뒤로 한 발 물러나 있었다.

저 사람들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러게 지금 공룡한테 저러는 건가?”

권선재. 너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뭘?”

창환의 물음에 선재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돈을 받기는 했지만 공룡에게 저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데리고 있는 것 보다 시에서 더 잘 할 것이라고 했잖아. 그 결과가 저거야?”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그래서 지금 잘 했다는 거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억울하다는 거지.”

두 사람이 말을 나누고 있는 가운데 결국 날은 어두워졌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현실에 군대 역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피투성이가 된 진분홍 공룡은 바닥에 쓰러졌다.

 

4

공룡이 죽고 난 후의 문제는 파괴가 된 마을을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시에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모두 생각을 하고 있던 가운데 시에서는 한 발 먼저 나섰다.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난 것은 애초에 허가도 없이 불법으로 굴을 판 두 젊은이에게 있습니다. 그 젊은이들이 공룡을 깨우는 바람에 마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모든 책임은 애초에 공룡을 깨운 그 젊은이들에 있습니다.”

시의 이러한 보도 자료에 선재와 창환은 당혹스러웠다. 공룡에 대한 완벽한 소유권은 시에서 가져간 상태에서 자신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있었다. 두 사람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분명히 공룡을 찾은 것은 그들이었지만 그들로 인해서 이렇게 난폭해진 것은 아니었다. 여론에서 억울하게 욕을 먹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던 두 사람은 그들의 입장을 정리해서 언론사를 통해 공개했다.

애초에 발견이 되었던 공룡은 상처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시에서 공룡을 꺼내려던 과정에서 공룡의 등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고 그 결과로 공룡이 날뛰게 된 것입니다. 여기 그 증거입니다.”

맨 처음 공룡을 찍었던 매끈한 등이 보이자 시는 바로 열세로 몰렸다. 성급하게 조사도 없이 공룡을 꺼내려 했다는 혐의는 국민들이 모두 부천시를 원망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러자 시에서도 황급히 방향을 돌렸다.

시에서 빠르게 공룡을 꺼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건설사와 아파트 탓입니다. 입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재산상에 피해가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시에 개발을 촉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해당 건설사는 지역 재건축의 기회를 자신들에게 달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시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부녀회와 건설사 역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자신들이 공룡을 구조했더라면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저희 건설사는 우리나라에서 60년간 건설을 했습니다. 그런데 시에서는 단순히 빠르게 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가능하면 적은 돈이 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빠르게 개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땅을 팔 때는 오랜 시간 측량을 하고 주의를 해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시에서는 어땠습니까? 시는 곧바로 공룡을 꺼내는 계획에 착수했습니다. 모든 일은 시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옳습니다.”

시는 다시 한 번 반박을 했다.

돈만 밝히는 건설사와 이기주의가 가득 찬 부녀회가 여론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살아있는 생명체가 지반 아래에 있는 것은 언제 붕괴가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시에서 시민을 살리기 위해 행동을 한 것이 죄입니까?”

이러한 시의 입장을 한 번에 정리를 한 것은 건설사였다.

시는 주민이 우선이 아니라 돈이 우선이었습니다. 여러 국가와 시가 접촉을 했다는 흔적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에서는 주민을 위해서 했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야 말로 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이라는 건설사와 시는 지루한 다툼을 시작했다. 이 와중에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으로 인해서 다툼을 시작을 했는지 잊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의 잘못만을 공격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의 싸움이 지나고 나자 사람들은 모두 공룡에 대한 것을 잊었다.

 

5

나 이제 딱 집에 다 왔어. 그렇다니까.”

상혁은 딸꾹질을 하면서 비틀비틀 걸음을 옮겼다. 순간 그의 귀에 크르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상혁은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순간 상혁의 머리에 공룡으로 돈을 번다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 이후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서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아마도 조용한 것을 보니 그들은 모두 돈을 벌고 행복한 모양이었다.

나라고 못 할 것이 없지.”

상혁은 호기롭게 말을 하면서 인근 건물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무른 벽을 뚫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점점 더 크르렁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돈을 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다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