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장
“누나 뭐 도울 거 없어요?”
“미안. 테이블 정리 좀 해줘.”
“네.”
상현은 공강 시간마다 은희의 카페에 와서 이런저런 일들을 돕고 있었다. 학교와 제휴를 하고 나서 은희의 카페 손님은 점점 더 늘었다. 게다가 직접 담근 청으로 만든 에이드가 한 블로그에 소개가 되고 포털 메인에까지 오르면서 최근엔 꼭 와봐야 하는 카페로까지 이름을 알리는 중이었다.
“은비 누나는요?”
“대학원 오늘 좀 늦는데. 너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요. 오늘은 수업 없어요. 교수님이 학회 간다고 다음에 따로 보강을 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고생 좀 해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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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장사 잘 된다.”
“아. 아저씨.”
류하를 보며 상현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류하는 자몽 에이드를 주문하면서 입을 쭉 내밀었다.
“나 너무 경계 안 하는 거 아닌가?”
“네?”
“아니 나한테 너무 친한 척을 하는 거 같아서 이게 또 묘하게 나를 놀리는 거 같단 말이야.”
“뭐래요?”
상현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대학 졸업하고 나면 할 일은 정했어?”
“아니요.”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 취업이 힘들다고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다.
“그냥 대학원이나 갈까봐요. 다른 애들도 다들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이라도 가는 분위기니까요.”
“그럴 바에야 우리 회사 인턴을 하는 거 어때?”
“네?”
“뭐. 인턴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취업이 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꼬맹이 너를 내가 본 결과. 너 나름 인턴 같은 거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 거 같거든. 뭐. 네가 원해야 되는 거지만 말이야.”
“무슨 꿍꿍이에요?”
“어?”
상현의 대답에 류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었다.
“너는 지금 너를 도우려는 사람에게 뭐라는 거야?”
“아니. 아저씨가 저를 도울 이유가 하나 없으니까 하는 말이죠. 아니 아저씨랑 저랑 무슨 사이라고 저를 도와요?”
“그냥 네가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서 그런다. 그 나이에 제대로 취업 안 된다는 거 내가 잘 아니까.”
“고마운데 싫어요.”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할 수도 있는데. 아직 제가 뭐 하나 제대로 노력을 해본 적도 없잖아요. 나중에 제가 더 노력을 하고도 뭐 안 되면 그때 도와주세요. 그때. 그러면 뭐 감사히 받아들일게요.”
“지금 누가 누구한테 부탁하는 거야.”
류하는 이렇게 대답하면서도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럼 고생하고.”
“안녕히 가세요.”
류하가 떠나고 상현은 다시 열심히 카페 정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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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안 피곤해?”
“응.”
은비가 들어오자 상현은 미리 준비해둔 한라봉 에이드를 건넸다. 은비는 벌컥벌컥 그것을 들이켜며 고개를 저었다.
“완전 땡큐. 안 그래도 엄청 목말랐는데. 역시 김상현. 너처럼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은비가 엉덩이를 두드리자 상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뭐 하는 거야?”
“왜?”
“왜 나를 막 흥분시키는 거야?”
“어?”
상현의 말에 거꾸로 은비의 얼굴이 붉어졌다. 상현은 살짝 몸을 기대면서 은비의 귀에 바람을 불었다.
“뭐, 뭐 하는 거야?”
“오늘 밤에 한가하죠?”
“어?”
“그 내기 아무리 봐도 누나가 이긴 거 같은데요?”
“무슨 내기?”
“남잔 다 늑대냐는 거.”
상현의 말에 은비는 그의 팔을 가볍게 꼬집었다. 상현이 울상을 짓거나 말거나 바로 주방에 들어가서 손을 씻고 앞치마를 입었다. 상현은 그런 은비를 향해서 눈을 찡끗했지만 은비는 곧바로 그를 외면했다.
“하여간 차가워요.”
상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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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러니까 언니가 이상하게 보잖아.”
“뭘요?”
“너랑 나랑.”
“사귀는 거잖아요.”
“아니.”
“사귀면 당연한 거 아닌가?”
은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상현은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리가 자는 사이라는 거. 은희 누나도 이미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고 그래요?”
“아니. 언니가 우리가 자는 사이를 아는 거랑. 진짜로 같이 어디 가는 걸 보는 거랑은 다른 거지.”
“뭐가 달라요?”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은비는 상현을 노려보면서 그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발로 찼다.
“뭐. 뭐 하는 거예요?”
“나 집에 갈래.”
“누나?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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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무슨 일이야?”
“뭐가?”
“아니.”
씻고 나오던 상현을 본 승현의 눈이 커다래졌다. 상현의 정강이에 시퍼런 멍에 승현은 입을 내밀었다.
“은비지?”
“엄마.”
“또 왜?”
“그게.”
“왜?”
“내가 잘못했어.”
상현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자신의 잘못이었다.
“아니 뭐. 어차피 연인인데 같이 하루 보내는 거. 은희 누나가 알고 뭐 그런 게 뭐가 어떠냐고.”
“그런 말을 했어?”
“네.”
“미쳤어.”
곧바로 승현이 상현의 등짝을 두드렸다.
“아우, 아파.”
“너는 좀 아파야 해.”
“엄마.”
“아니 미쳤어? 도대체 은비는 네 어디가 좋아서 너랑 이렇게 만난다는 거라니? 내가 내 아들을 이렇게 눈치도 없고 무심하게 키웠다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은비가 그렇게 해도 당연한 거네.”
“뭐가 당연해요?”
상현은 입을 내밀고 물을 컵에 따라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승현은 입을 삐쭉 내밀며 상현을 노려봤다.
“아들 가진 사람하고 딸 가진 사람 다르지.”
“이미 은희 누나 다 알아요.”
“그래도.”
상현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승현은 이마를 짚으면서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거 누구 닮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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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내가 잘못했어!”
“이게 무슨 소리야?”
“상현이 아니야?”
은비는 젓가락을 물다가 멍한 표정을 짓고 황급히 창가에 달려갔다. 상현이 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는 중이였다.
“조은비. 미안하다!”
“저거 미쳤어.”
“웬일이야?”
은희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지금 왜 저러는 거야? 온 동네 사람들 다 듣고. 사람 바보 만들기로 작정한 것도 아니고.”
“좋은 거 아니야?”
“어?”
은희는 은비를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혀로 입술을 살짝 적셨다.
“야. 김상현이 언제 자기감정 한 번 속 시원하게 드러낸 적 있어? 늘 그런 감정은 없는 척. 아무 것도 아닌 척. 그렇게 에둘러서 표현하고 말았잖아.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 아니잖아. 안 그래?”
“그래도 이건 아니야.”
“나가.”
은희는 은비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음속이지 마.”
“언니.”
“너 정말 상현이 좋아하니까. 지금은 나가야 맞는 거야.”
“조은비!”
은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상현을 노려보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김상현! 조용히 해! 당장 나갈 테니까.”
은비는 한 번 더 은희를 바라봤다. 은희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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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너 뭐 하자는 거니?”
“왜?”
상현은 밝은 미소로 은비를 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는 지금 누나랑 같이 여기에 있을 수가 있어서 좋은데?”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는 안 끼쳐야 할 거 아니야? 이 늦은 시간에 뭐 하자는 거야?”
“누나가 전화를 안 받았잖아.”
“그럼 말아야지.”
“싫어.”
상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 없었어.”
“김상현.”
“알고 있어. 나도 내가 되게 한심한 놈이라는 거. 그래도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 누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마.”
은비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숙였다.
“나 너랑 감정싸움 하고 이런 거 정말 싫어. 우리 도대체 왜 이러는 거라니? 서로를 좋아하기는 하는 거라니?”
“좋아하니까 싸우는 거지.”
“뭐?”
“누나랑 내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전혀 없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싸울 이유 하나도 없는 거 아니야?”
“김상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서로가 좋아한다면 이제 정말 싸우지 않아야 하는 거잖아. 우리 두 사람 너무 힘들게 돌고 돌아서 이렇게 만나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거라니?”
“누나랑 나랑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야.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거야.”
상현이 자신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은비가 침을 꿀꺽 삼켰다.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앞으로 한 발 다가왔다.
“뭐 하는 거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김상현.”
“내가 무슨 말을 하건. 그게 누나를 더 이상 아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나는 여전히 누나가 소중하고 누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다만 지금 내 감정이 어떤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거야.”
“그러니까.”
“한 가지 분명한 건 누나가 없으면 안 돼.”
은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상현이 황급히 그녀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 은비는 입을 꾹 다물고 상현의 눈을 바라봤다. 상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사랑해.”
“그런다고 해결되지 않아.”
“알아.”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이런 식으로 사랑 고백을 한다고 해서 누나가 나에 대해서 실망한 거 사라지지 않을 거야.”
상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누나랑 하루를 보내는 거. 그냥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저 내 성욕을 풀기 위한 도구로 누나를 만나는 거 아니야. 진심으로 맹세할 수 있어. 정말로 조은비라는 사람이 좋아서 만나는 거야. 누나랑 같이 있으면 누나랑 안고 싶고. 자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그게 먼저는 아니야. 그래서 누나를 만나는 게 아니라고. 누나가 나에 대해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해하는 게 아니야.”
은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상현이 단순히 그런 의도만을 가지고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또 당혹스러웠다. 그런 게 아닌 것을 알기에 더욱 민망했다.
“우리 두 사람 그냥 매일 자는 사람인 것 같잖아. 그런 사이 아닌데. 내가 너에게 쉬운 사람 같잖아.”
“아니.”
상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이렇게 어렵잖아.”
“뭐?”
“아니야?”
은비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여전히 상현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러네. 나는 여전히 너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사람이네.”
“늘 노력할게.”
“고맙다.”
“뭐가?”
“바로 와서 사과해서.”
은비의 미소에 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앞으로도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야. 앞으로 절대로 조은비라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사랑해.”
“나도 사랑해.”
두 사람은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서로가 녹아버릴 정도로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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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그래도 같이 왔네요?”
“네.”
류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은비와 상현은 맞았다. 상현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입을 내밀었다.
“무슨 전시회가 이렇게 비쌉니까? 특정한 부자들만 겨냥한 이런 거. 정말 나쁜 전시회 아닙니까?”
“뭐라는 거야?”
“맞아요.”
은비가 상현을 나무랐지만 류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저도 전시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처럼 저렴해야 전시회에 사람들이 더 많이 오는 거죠. 하지만 아직 시장 자체가 그렇게 활성화가 되지 않은데다가 사람들이 더 많이 와야 하는 거니까 그게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나쁘게만 보지 말았으면 해요.”
“나쁘게 보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요.”
상현은 입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멀리 전시 작품을 보러 사라졌다.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왜 조은비 씨가 사과를 합니까?”
“그래도 저랑 같이 온 사람이니까요.”
“저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겁니다.”
류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전시회라는 거. 가격 탓에 사람들에게 벽을 세우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영화처럼 두 시간을 꼼꼼하게 볼 수 있는 전시회도 있는 반면에,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러지 못하니까요.”
“그렇죠.”
“그냥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전시회라고 생각을 해도 좋습니다. 그냥 초대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러지 마세요.”
은비는 입을 내밀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류 팀장님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신 전시회인지 다 알고 있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되는 거죠.”
“그런 겁니까?”
“당연하죠.”
“미국으로 갑니다.”
“네?”
은비가 놀란 눈으로 류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말도 안 되게 터무니없이 비싼 전시회가 꽤나 회사에서는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미국에서 전시 작품들을 한국으로 연결하는 일을 앞으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얼마나 더 좋은 성과를 내게 되고. 앞으로의 제 인생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 기회를 바로 잡았습니다.”
“저 때문은 아니죠?”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까? 조은비 씨랑은 아무 상관없이 저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류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은비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직 저에게 도전할 무언가가 많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조은비 씨가 다시 도전하는 걸 봐도 그렇고요.”
“그래도 아직 너무 많이 부족해요.”
“아니요.”
류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기 꿈을 위해서 뭐라도 하는 사람이 대단한 겁니다.”
“감사해요.”
“두 사람 잘 어울립니다.”
“네?”
은비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사실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상현이랑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우리가 뭘 할 수가 있는 건지.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 자리에 그냥 머문 채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지? 왜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가 완전하지 않은 거야? 답답하지 않은 사이. 상현이랑 같이 있으면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그런 믿음이 생겨요.”
“꼬맹이 대단하구나.”
“네?”
“나는 아닐 겁니다.”
류하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아무리 조은비 씨의 곁에 있더라도. 아니 그 누구의 곁에 있더라도 그런 마음이 들게 하지 못할 겁니다.”
“그게 뭐예요?”
“진심으로요.”
“류 팀장님.”
“좋은 사람을 만난 겁니다.”
류하의 미소에 은비는 그의 미소를 따라 웃었다.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너무 행복한 무언가를 꿈꾼 사람이었다.
“고마워요.”
“뭐가 고맙습니까?”
“저에게 이런 기회를 줘서요.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이 모든 시간들. 이 모든 순간들 사실 류 팀장님이 아니었으면 지금 여기에 용기를 내서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리고 흔들리는 지금 이 순간도 류 팀장님이 저를 잡아주시는 거니까. 그냥 이 모든 시간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죠.”
“그런 말 하지 마요.”
상현이 다가오자 류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바로 그게 연하남을 만나는 문제라 이거죠? 약간 철이 없기도 하고 너무 예민하기도 하고.”
“네?”
“뭐야?”
은비는 그제야 류하가 장난을 쳤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내밀었다.
“그러니까요. 도대체 왜 이렇게 답답하게 행동을 하는 건지. 가끔 너무 어리기만 하다니까요?”
“뭐라는 거야?”
“아무튼 오늘 전시 감사해요.”
“네. 조심히 가요.”
“네.”
상현은 은비와 류하가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도 계속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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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아저씨랑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뭐가?”
“아니 연하남이 뭐?”
“아무 이야기 안 했는데.”
“조은비.”
상현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현은 자신의 이런 행동이 되게 남자다운 행동이라고 생각을 하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예쁘다.”
“누나. 뭐 하는 거야?”
“김상현. 너 그렇게 나를 못 믿어?”
“어?”
“네가 나를 믿는다면 내가 류 팀장님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건 그렇게 의심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믿어 안 믿어?”
상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내밀었다. 그러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은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누나 믿어.”
“그럼 된 거 아니야?”
“사랑해.”
“어?”
상현은 그대로 은비의 입에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노을이 짙은 시간에 은비는 놀란 눈으로 상현을 바라봤다.
“뭐, 뭐 하는 거야?”
“저녁이지? 우리 섹스 뜨겁게 하자.”
“어?”
상현은 그대로 은비의 손을 잡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늑대처럼 밝히는 연하남. 아직은 믿어도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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