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연애의 맛, 심심한데 나름 먹을만 해.
Good – 한국 로코물이 보고 싶을 때
Bad – 야한 장면, 야한 장면, 야한 장면
평점 - ★★★ (6점)
워낙 평이 좋지 않아서 볼까말까 망설였던 영화인데 생각한 것보다는 무난하니 괜찮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다만 극장에 가니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소 달랐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인지 모르고 그냥 간만에 로코물이 나왔구나 하고 극장에 갔는데 남성 분들이 꽤 있더군요. 그것도 혼자 오신, 그런데 그 분들 실망하실 거 같습니다. 노출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애초에 성행위 장면만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그런 류의 영화가 아니라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바탕으로 두고 있는 만큼 그다지 야한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영화는 아니거든요. 다만 이 영화는 그 애매한 포지션 탓에 관객으로 하여금 아쉬운 마음에 들게 만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이 부분이 강하지 않습니다.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이야기들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이게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가서야 제대로 진행이 되는 만큼 제대로 인물에 몰입해서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그렇게 많은 스토리를 들려주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나도 적은 정보를 주는 것 같거든요. 조금 더 입체적인 주인공이었더라면 더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니 만큼 투닥거리는 매력은 충분히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너무 뻔한 구성을 그대로 가지고 가기는 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는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니까요. 너무 뻔하다고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 뻔함이 좋지 않았나? 하고 생각이 듭니다. 뻔하다는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더욱 쉽게 만들어주기도 하거든요. 너무 어렵지 않게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도와주거든요. 게다가 뻔한 인물들이 보이는 그 투닥거림도 충분히 사랑스럽습니다. 다만 두 주인공이 조금 더 자주 만나고 조금 더 많이 부딪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충분히 원수가 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복한 에피소드가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거든요. 투닥거림이 많았더라면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것도 더 쉬웠을 것 같은데요. 뭐 그 정도로 부딪침이 많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서로의 마음을 향해서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사랑스럽기는 합니다. 물론 섹스 코미디를 앞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두 주인공이 조금 더 망가졌다면 좋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죠.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오지호’는 발기부전인 산부인과 의사 ‘왕성기’ 역을 맡았는데, 그냥 그런 연기를 선보입니다. 사실 애초에 이 역할이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일 역할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지호’가 선보이는 다소 어색한 연기는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의 남자주인공과 다소 다른 이미지라서 이런 생각이 든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보통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이라고 하면 무조건 멋지고 든든하게 여자주인공을 지켜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왕성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환상의 커플] 이후로 살짝 어리바리한 왕자님이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개인적 트라우마가 너무 강한 데다가 단순히 지켜준다는 이유만으로 ‘길신설’이 반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기에 조금 다른 매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조건 벗는다고 해서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분위기로도 충분히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텐데 이 부분이 그다지 부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도 아쉽고요. 깐족거리더라도 더 사랑스러운 남자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편적인 이미지 안에서도 ‘오지호’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뭐, 이 정도라면 남자주인공으로 귀여울 수는 있을 것 같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강예원’은 비뇨기과 의사 ‘길신설’ 역을 맡았는데 그 동안 그녀가 보여주었던 우울한 모습과 다르기에 사랑스러웠습니다. 연기를 그다지 못하는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강예원’이라는 배우가 보이는 연기는 비슷해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남자주인공이나 다른 주인공들에게 기대는 느낌이 강해서 그랬던 것 같은데요. 이번 영화에서 그녀는 ‘오지호’와 비등하게 자신의 연기를 선보입니다. 아무래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에 이게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비뇨기과 의사가 된 그녀의 캐릭터가 더 망가졌더라면 영화가 더 살아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애초에 여성 비뇨기과 의사라면 그녀가 진료를 보는 상황을 통해서 웃음을 유발해도 되었을 텐데 말이죠. 다소 노처녀 히스테리 비슷하게 부리면서, 우울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인물이 되어버린 것은 다소 아쉬운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리 비뇨기과 의사라고 하더라도 보수적인 한국 사회라서 어쩔 수 없이 조신해져야 하는 걸까요? 더 사랑스럽고, 더 매력적이고, 더 막나갈 수도 있는 캐릭터가 그래도 여자주인공이면 그래서는 안 돼! 라는 생각에 갇힌 것이 다소 아쉽습니다.
한 번도 못 해본 비뇨기과 여의사와 발기가 되지 않는 산부인과 남의사의 알콩달콩 로맨스라는 점은 [연애의 맛]을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워낙 한국 영화에서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나기 어려운 만큼 이렇게 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니 말이죠. 하지만 조금 더 달콤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차피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을 거였고, 섹스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다면, 굳이 ‘하주희’라는 여배우를 벗겨서 야한 장면을 만들 것이 아니라 더 유쾌하고, ‘강예원’이 비뇨기과 진료를 더 많이 하고, ‘오지호’의 발기부전을 가지고 웃음을 만들었더라면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야한 영화에서 서브 여주를 가지고 벗기는 것이 일종의 관례가 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배우는 단순히 벗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지호’를 꼬시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사랑스러워보였던 만큼, 그 정도 수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적당히 웃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봄 극장에서 적당히 달달하기 원하신다면 [연애의 맛] 어떠신가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맛있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따뜻한 집밥처럼 (0) | 2015.05.10 |
---|---|
[맛있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음식은 정성이다. (0) | 2015.05.10 |
[맛있는 영화] 위험한 상견례 2, 랍스타와 한우로 라면을 끓여보자 (0) | 2015.05.04 |
[맛있는 영화] 차이나타운, 의외가 주는 놀라움 (0) | 2015.05.04 |
[맛있는 영화] 써드 퍼슨, 모든 물은 바다로 통한다. (0) | 2015.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