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너를 봤어
[완득이]로 유명한 ‘김려령’ 작가의 소설 [너를 봤어]는 완전히 다른 작가가 쓴 글처럼 충격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이라는 것은 모두 다 맥이 닿아있는 만큼 반드시 청소년 소설만 쓰는 작가일 이유는 없잖아요. 그렇기에 성인 소설로도 돌아온 ‘김려령’ 작가의 [너를 봤어]는 작가가 자신이 청소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것을 얼마나 원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역설이기도 합니다. 훌륭한 청소년 소설가이기는 하지만 거기에서만 머물게 되면 이 사람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더 이상 없어지는 거죠. 작가는 아마 이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런 만큼 더욱 강하게 독자들을 위협하고 압도적인 이야기로 쓰였습니다. 여기에 [완득이] 같은 청소년 소설의 기운은 전혀 읽을 수 없습니다.
다만 너무 강하게 쓰인 만큼 충격적인 이야기가 불편하시다면 [너를 봤어]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김려령’ 작가의 이름과 제목이 뭔가 서정적?인 느낌이 들어서 골랐던 책인데 사실 그런 책은 아니더라고요. 비밀이 있는 주인공이 다시 한 번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이야기인데 그다지 선명하게 잡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너무나도 무겁게 다가오는 소재 탓에 그다지 편하게 읽기도 어렵고요. 그래도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편하게 읽기 위해서 손에 들게 되는 편인데, [너를 봤어]는 지나치게 무거울 정도로, 독자들의 마음에 어떤 충격을 주는 것이 더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생각보다 흡인력이 있는 스토리 탓에 마지막까지 읽어가게 되지만 작가의 이름을 보고 고른 사람이라면 당연히 당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도대체 뭐지?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게다가 매끄럽게 읽히기는 하는데 묘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완득이]나 [우아한 거짓말] 같은 경우는 정확히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고 이해가 되는데요. [너를 봤어] 같은 경우에는 선명하게 그 내용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소설에 대해서 애정이 있고,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노력을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기는 한데 다소 당혹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지나치게 충격적이고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작가의 스타일 자체가 그런 것을 숨기고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보니 더욱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폭력에 대해서 조금 더 직접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을 하는 것 같거든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픔이 많이 묻어있는 소설입니다.
기본적으로 ‘김려령’ 작가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당황스럽고 제대로 읽기 어려운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한 번 흐름을 놓치면 그것을 따라가는 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저는 책을 굉장히 빠르게 읽는 편인데 한 번 놓치게 되니 다시 앞으로 가서 읽어야 하는 순간들도 있었거든요. 의미가 있는 글을 쓰고 새로운 글을 썼다는 점에서 박수를 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작가를 원래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도 한 번 써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소년 소설 작가라고 하더라도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볼 수 있는 글을 주로 쓰는 작가였으니까요. 조금은 더 행복할 수 있게 말이죠. 시간이 날 적에 한 번에 읽으면 나름 의미를 찾을 수도 있는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폭력에 대해 묻는 조금은 잔인할 수도 있는 소설 [너를 봤어]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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