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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내 생에 가장 슬픈 오후

권정선재 2016. 4. 23. 17:51

[행복한 책방] 내 생에 가장 슬픈 오후

 

눈앞에서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버지, 그리고 누군가의 아이를 죽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부정에 대해서 말하는 [내 생에 가장 슬픈 오후]는 무거우면서도 진지한 시선으로 독자를 몰입시킵니다. 번갈아 진행되는 각자의 입장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내 아들이 죽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이 들게 될까? 그리고 나는 움직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게 됩니다. 누군가의 아이가 죽는 것만으로도 한 동안 너무나도 아픈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힘든데 내 아이가 죽는다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침착하게 그것을 찾아갈 수 있을까? 반대로 아이를 죽인 쪽에서는? 내가 진실을 밝힌다면 나는 다시는 아이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누군가의 아들이 죽은 것은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증인이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굉장히 복잡한 질문을 던집니다.

   



 

 

 


 

누구나 자신이 그 상황에 직접 부딪치지 않으면 정의를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그 안에 들어가게 된다면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아무리 옳은 것을 선택하려고 하더라도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겁니다. 특히나 지금 나의 선택으로 인해서 나의 모든 것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누구보다도 아들을 사랑하고 그를 지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말이죠. 비록 누군가의 아이가 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아이를 잃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두 아버지의 입장이 모두 다 이해가 되기에 더욱 복잡한 소설입니다. 누구 하나 나쁘다고 할 수 없고 누구 하나 옳다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점점 감정적으로 흘러가는 두 사람에게 저절로 빠져들게 됩니다.

 

굉장히 딱딱한 느낌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몰입이 되는 이유는 캐릭터가 가진 힘일 겁니다. 위에서도 계속 말을 하는 것처럼 소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너라면 뭘 할 거야? 이런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그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겁니다. 나라면 어떻게 할 거야. 라고 말을 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의 입장도 다가오게 되니까요. 쉽게 진실을 밝힐 수 없는 아버지라거나 분노에 차서 경찰에게 악담을 퍼붓는 아버지. 두 사람 모두 정답일 겁니다. 누구도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틀렸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부정에 대한 것. 그리고 천천히 무너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 작가는 많은 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겉으로 보기에 정말로 단단해 보이지만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 우리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발버둥치지 않으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말이죠.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결말을 쉽게 유추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도 말을 한 것처럼 두 아버지 모두 정의로우니 말이죠. 여기에 한 어머니의 입장까지 더해지면서 소설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특히나 내가 바라는 정의를 일으켜 세운다고 해서 사실은 아무 것도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조건 정의만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의 가정을 무너뜨려서 내 아이가 돌아온다면 그 가정을 무너뜨리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복수를 한다고 해서. 그 모든 진실을 밝힌다고 해서 내 죽은 아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멀쩡한 한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같은 아들을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계속해서 양심의 소리를 외면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까지 독자들에게 양심적인 갈등을 일으키게 하는 소설 [내 생에 가장 슬픈 오후]였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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