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엄마 떠나길 잘했어
열일곱 딸과 마흔하나 엄마의 세계 여행기. 이 점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이유가 충분할 겁니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엄청나게 겁을 내거나 망설입니다. 당장 우리가 머물던 자리를 떠난다는 사실에 겁을 내기도 하고, 어딘가로 떠나도 괜찮을까?에 대한 압박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가 여행을 다녀오는 사이 다른 사람들이 저 멀리 가있는데. 나 혼자 뒤처지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그 누구도 쉽게 여행을 가지 못할 겁니다. 여해을 통해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배운 것을 가지고 뭐 하나 써먹을 때가 없다고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겠죠. 그렇기에 모녀의 여행은 더욱 특별합니다. 특히나 열일곱 딸을 데리고 떠나다니. 이 엄마 정말 너무 용감합니다.
아이들이 엄마는 왜 살아? 라고 물을 때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질문에 대해서 대체로 부모님들은 화를 내는 식으로 대응을 하게 되죠. 사실은 화를 낼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해서 아이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죠. 아이들의 그 질문에 대해서 제대로 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답을 내릴 수 없는 그 현실 때문일 겁니다. 아이들을 다그치는 것은 자신도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죠. 내가 왜 사는 거지? 에 대한 생각은 어느 순간 하지 않게 될 겁니다. 결국 그냥 사니까 사는 거. 이런 식으로 하니까 진지한 고민에 대해서 답을 하지 않겠죠. 하지만 저자는 깊은 생각을 하고 딸과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통해서 모녀의 생각이 점점 변하고 서로 이해하게 되는 그 과정이 참 좋습니다. 그냥 엄마랑 딸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변해 갑니다. 단순히 친구 같은 엄마와 딸의 사이로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내는 엄마들은 아마 많을 겁니다. 모녀는 조금 더 함께 가는 사람들입니다. 같이 고민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생각을 듣기도 하죠. 누구 하나 옳다고 함부로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엄마가 자신이 틀린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실 엄마들 중에서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엄마는 없을 겁니다. 그건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딸에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서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서로 틀림을 말할 때 더 이해가 깊어지는 건데 말이죠.
특히나 짧은 여행에 대한 생각이 주가 되다 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게 쓰여서 더욱 좋습니다. 여행은 궁금하지만 책이 싫으신 분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에 각자의 생각이 더해지는 것 역시 더욱 좋았습니다. 사실 보통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모두 다 자신의 생각만 담겨져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 대한 에세이라고 하더라도 그 시간이 다르다면 그것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기가 어렵죠. 하지만 한 장소를 간 모녀의 생각이 각각 다르게 더해져 있으니 특별한 느낌입니다. 정말로 이 장소는 이런 것이구나. 또 이렇게 다르게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언젠가 저 역시도 부모님과 같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여행 에세이, [엄마 떠나길 잘했어] 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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