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에이번리의 앤
[빨간머리 앤] 그 이후의 이야기. 어른이 된 ‘앤’을 만나는 게 특별했습니다. 어릴 적 알던 그 빨간머리 소녀가 이렇게 어른이 되다니 말이죠. 우리가 어른이 된 것처럼 ‘앤’ 역시 어른이 되어 갑니다. 더 이상 어른들에게 휘둘린다거나 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똑바로 알고 그리로 향해 나가는 소녀가 되었으니까요. 사실 ‘앤’은 원래도 그렇게 어른들에게 끌려다니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본다면 되바라진 거 아니야? 라고 말을 할 정도로 당돌한 소녀이기는 했죠. 그런 소녀가 조금은 어른스럽게 변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달라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조금은 성숙한 그녀가 낯설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고집이 세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그녀를 보면 저절로 사랑에 빠질 것 같습니다.
책은 생각보다 더디게 읽히는데 그게 어려워서가 아니라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입니다. 사실 어릴 적에 [빨간머리 앤]을 애니메이션으로만 접했기에 어떤 이야기인지 잘 알지 못했는데, 이렇게 꼼꼼하게 쓰인 글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신기하더라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거나. 시골 말을의 목가적인 풍경. 그리고 그 당시의 시대상 같은 것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설이었습니다. 특히나 [에이번리의 앤]이 좋은 이유는 여성이 중심이 되는 책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여성이 소모품이나, 남성의 곁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으로 존재하는 거죠. 평범하지는 않지만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주인공인 ‘앤’을 발견하는 것은 즐겁습니다. 그녀의 성장을 함께 보는 것 역시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더욱 좋고요.
특히나 인디고에서 나온 [에이번리의 앤]은 삽화 때문에도 더 사랑스러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처음으로 인디고의 책을 접했는데, 한 동안 모으던 것을 관두고 다시 만나서 더욱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었습니다. 섬세한 그림 등은 소설에 더욱 몰입하게 도와주는데요. ‘앤’이 사는 마을 같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것과 또 다른 수채화적인 느낌도 묻어났습니다.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주말 같은 날 바람이 부는 곳에서 읽기에 딱 좋은 느낌의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꽤나 두꺼운 분량 탓에 한 번에 다 읽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평소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이라면 살짝 겁이 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빨간머리 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에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두껍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기는 했지만 정작 읽다 보면 그렇게 부담스럽게만 읽히는 책은 또 아닙니다. 사랑스러운 소녀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앤’의 소녀로의 모습 등은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짓게 만듭니다. 사고만 치던 어린 소녀에서, 이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다시 어른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또 거기에서 밖으로 나아가려는 ‘앤’을 보면 우리의 성장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게다가 조금 큰 ‘앤’의 눈으로 마을 사람들을 보는 것 역시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어른들의 사정 같은 것을 이해하면서 ‘앤’이 조금 더 그들을 사랑하게 되기도 하고요. 입가에 미소가 짓게 만드는 따뜻한 책 [에이번리의 앤]이었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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