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나는 스물아홉 살 반
서른을 앞둔 여자 후에 대한 이야기. 모든 것이 다 이뤄진 것 같지만 정작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미숙한 나이를 담았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라, 그 나이가 갖고 있는 무게 같은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열아홉 살에서 스무 살이 되었던 것처럼,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되는 것 역시 별다른 다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확 어른이 될 거라는 생각을 버린지도 오래입니다. 이미 제가 어릴 적 생각을 했던 어른이란 존재가 가져야 하는 모습과 지금 저의 모습은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다름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내가 아직 마주하지 않은 시간은 어떤 의미일지 같은 것 말이죠.
[나는 스물아홉 살 반]은 그 서른을 앞둔 마음을 그리 무겁지만은 않게 잘 그려냈습니다. 사실 누구나 변화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걱정 같은 것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누군가의 시간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고, 그 시간 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른의 사정이라는 거. 그런 것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무 것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는 공포. 이 모든 것들을 무시하고 싶지만 완전히 무시하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와야만 하는 시간이고,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순간이니까요. 그런데 이 어려움 같은 것을 사랑스럽게 표현했습니다. 너무나도 막연하기만 한 그 시간을 ‘후’의 시선으로 사랑스럽게 그려냅니다.
너무나도 서툴기에 그리고 완성되어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망가지는 ‘후’를 보면 두렵기도 하면서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동거 중이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흔들리고, 경력에 있어서도 여전히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들. 이건 비단 소설 속의 ‘후’만 느끼는 공포 같은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전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이 비슷한 부분에서 공포를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가다가 결국 모든 것을 다 놓치는 것이 아닐까? 같은 생각들을 말이죠. 그런 게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기는 하지만 누구 하나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시간은 너무나도 어려운 시간일 겁니다. 언젠가 추억을 할 수 있는 그 시간은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니 말이죠.
굉장히 쉽게 쓰인 글이기에 시간이 날 적에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 전에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요. 서른을 앞 둔 여성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했지만 남성들이 읽기에도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자신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겁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은 지에 대해서 망설이게 되고 주저하게 되겠죠. 그리고 그 길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저 지금처럼 평범한. 그리고 나를 위한 길이 거기에 있을 거라고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전부겠죠. 모든 서른을 앞둔 사람들에게 그들과 같은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그 무게는 줄어들 테니까요. [나는 스물아홉살 반]이었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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