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권순재
나의 명함이 구겨졌다.
내가 건넨 명함이 구겨졌다.
나 역시
나 역시도
타인의 명함을 소중히 여기지 않기에,
감히
감히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인데,
명함이란 나인데,
그는 그것을 무심히 구겼다.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을 거라고,
아무 것도 닿아 있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며,
그냥
그냥 넘으려 하여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
타인의 이름이기 이전에,
타인의 정성이요.
타인의 종이이기 이전에,
타인의 얼굴인데,
그것을 구겼다.
그것을 버렸다.
그것을 구겨버렸다.
그것을 구겨서 버렸다.
나의 명함은
쓸쓸히 구겨져
쓰레기통에 처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