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3n살의 시선

권순재의 스물셋: 열아홉. ‘사유리’는 원래부터 개념 있었다.

권정선재 2012. 10. 15. 07:00

권순재의 스물셋: 열아홉. ‘사유리는 원래부터 개념 있었다.

 

최근 알고 보니 사유리가 개념이 있더라.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분이 늘었습니다.

, 한 개인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 되는 것은 좋죠.

그런데 저는 여기에 의문 하나를 던지고 싶습니다.

 

정말로 사유리가 개념이 없었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요?

우리가 사유리를 제대로 이해를 못 하고 있던 건 아닌가요?

우리가 그녀를 모른다는 이유 하나로,

알고 보니 사유리가 개념이 있더라. 웃기지 않나요?

 

 

 

[사진 출처: 다음 검색]

 

사유리는 원래부터 굉장히 독특한 타입의 방송인이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는 천방지축 캐릭터였지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캐릭터가 없다 보니까 그녀의 행동이 다소 눈에 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녀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 자체로 충분히 빛이 나고 자신의 솔직함을 무기로 방송을 하던 연예인이었으니까요. 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한다는 이유만으로 개념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듣기에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그녀가 솔직히 하는 말들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사실 역시 그녀의 독특한 행동을 마냥 예쁘게만 보지 못하게 한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그녀가 한국인이었다면 얼마 전처럼 그녀의 행동을 굉장히 무례하고 생각도 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강하게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일본과 우리는 가까이에 있기는 하지만 역사적이나 여러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그들 자체에 대해서 조금은 적대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사유리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덧입혀지게 되면서 그녀의 행동이 더욱 고까운 것이 된 거죠.

 

어쩌면 그녀가 사실을 이야기를 하기에, 정곡이 찔린 입장에서 그녀를 개념이 없다. 이렇게 몰아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것 역시 이러한 편견을 자리 잡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죠. 사유리는 늘 자신이 생각을 하는 점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불편한 입장을 가지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되죠. 아무리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거기에 마음이 걸리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녀는 너무 솔직해서 사람들의 눈에 띄고, 또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유리로 인해서 생각이 바뀌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동참을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는 겁니다. 저 역시도 말이죠. 그 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사실 하지 못했습니다. 나 하나가 행동을 해서 뭐 달라질 것이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또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더라도 그들이 모를 거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을 보고 같은 인간으로 위안부를 바라보고 기자단을 통해서 생긴 수입을 고스란히 나눔의 집으로 보냈습니다. 아무 미련도 없이요.

 

물론 저도 그 돈이 없으면 정말 팍팍합니다. 영화를 보러 가더라도 꼭 조조 한 편은 챙겨봐서 그 돈이라도 아끼고, 똑같은 커피도 포인트 적립이라도 되는 곳으로 가서 마셔야 하겠죠.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기부를 넘어서 그들을 응원한다는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렇게 아파 하실 필요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그 분들에게 해주기 위한 거죠. 이 간단한 것을, 그리고 한국인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한국인으로 하지 않고 있다가 사유리라는 사람을 통해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사실 사유리문제는 아주 쉽게 해결을 할 수도 있습니다. 원효 대사와 해골물처럼 깨달음이 필요한 거죠. 굉장히 쉬운 일입니다. 우리가 그녀를 낯설게 생각을 한 이유는 우리와 그녀가 다르다는 것을 우선으로 두었기 때문일 테죠. 그리고 무조건 이렇게 생각을 해야 해! 이렇게 행동을 하는데 그녀의 행동이 그렇지 않으니 낯설게 느낀 것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사실 사유리가 옳았던 것이 아닐까요? 아니죠. 사유리는 그대로 있는데 우리가 사유리를 보는 시선이 바뀐 것은, 결국 사유리가 알고 보니 개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개념이 없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누군가를 평가를 합니다. 내가 생각을 하는 정의에 따라서 사람들을 판단을 하죠. 모르겠습니다. 전에도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저도 여전히 사람들을 평가를 할 때 겉을 보고, 제가 처음 생각하는 이미지를 우선으로 두고 이야기를 하곤 하니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 지나치게 장난스러운 그녀의 태도는 어쩌면 정말로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의 태도일지도 모르니까요.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난인 것처럼 그런 태도로 요리 자체에 다가설 수 있어서 모두가 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사유리는 원래 개념 있었습니다.

 

2008200920102011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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