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우 팬픽] 비밀의 책방 15
“젠장.”
“너 또 여기에 있냐?”
“너냐?”
기웅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우유를 한 개 수현에게 건넸다. 수현은 벌컥벌컥 마시고 소매로 대충 입가를 훔쳤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그 시간에 갈 때까지.”
“뭐라고?”
기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책방을 보고 있으니 중년의 현우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 대치 중이야?”
“그러게.”
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에서 자신을 부르는 현우가 없더라면 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미치겠네.”
“왜 가려는 거야?”
“응?”
“가면 너 죽어.”
“그래서 가는 거야.”
“뭐?”
기웅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면 자신이 죽는다고 하더라도 가겠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너 살기 싫어?”
“아니.”
“그런데 왜?”
“내가 만일 그 시간으로 가지 않으면 결국 저 사람이 죽는다는 이야기니까. 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그럼 너는 죽어도 돼?”
“응.”
“왜?”
“그러고 싶어.”
수현은 가슴에 손을 얹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도 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나도 지금 내가 이해가 되지는 않아. 도대체 그 녀석이 뭐라고? 그냥 잊고 살면 되는 사람인데. 그래도 되는 사람인데 내가 왜 그 녀석을 마음에 담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그런데 참 이상하더라. 도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럴 수 있다는 거야.”
“모르겠다.”
기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의 친구를 말려야만 한다는 거였다.
“나는 너 죽는 꼴 못 봐.”
“죽지 않아.”
“그럼?”
“그 시간에 남는 거야?”
“그게 어떻게 달라?”
“그럼 같아?”
“뭐라고?”
“나는 그 녀석하고 같이 있고 싶어.”
수현의 얼굴에 떠오르는 묘한 미소에 기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원래 꽤나 고집이 세고 한 번 자기가 하고자 한 바에 있어서는 무조건 해야만 하는 수현이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수현의 버릇이 이러한 상황에서 발동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김수현.”
“응?”
“나는 내가 밉다.”
“왜?”
“너를 여기에 데리고 왔으니까. 네가 여기에 오지 않았더라면 네가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지도 않을 거잖아.”
“그러네.”
수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나는 너에게 고마워 해야 하는 거네.”
“뭐?”
“네가 나를 이곳에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저 책방이 있는지도 몰랐을 거고. 그럼 그 녀석을 만나지도 못했을 거야. 네가 있어서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거니까. 나는 너에게 고마워 해야 하는 거네.”
“그런 게 어디있어?”
기웅은 수현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여전히 수현은 멍하니 책방만 바라봤다. 그곳에 마치 누구라도 있는 것처럼.
“왔다.”
“뭐?”
고개를 돌리니 그 아이였다. 수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기웅이 곧바로 그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너 가면 안 돼.”
“왜?”
“왜라니?”
“기웅아 고맙다.”
“수현아. 기, 김수현!”
수현은 기웅을 때려 눕히다시피 하고는 책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현우와 손을 잡고 기웅을 바라봤다.
“고마워.”
그게 수현을 기억할 수 있는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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