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와 수다

[영화와 수다] 변호인, 설마 천만을 볼 줄이야.

권정선재 2014. 1. 8. 07:00

[영화와 수다] 변호인, 설마 천만을 볼 줄이야.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기는 하지만 사실 [변호인]이 천만을 바라보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지인분이 관련이 있어서 시사회에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 잘해야 700만을 겨우 넘겠지. 라는 생각을 우선 하고 있었거든요. 애초에 이 영화가 연말 시즌에 걸리게 된다는 것도 참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을 했고, 다른 영화들과의 대진표를 보더라도 그다지 큰 흥행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CGV를 가지고 있는 CJ에서는 전도연을 필두로 한 [집으로 가는 길]을 개봉했고, 롯데시네마 계열의 롯데에서는 [캐치 미]라는 크리스마스 특수용 영화를 만들어냈으니까요. 여기에 3대 체인인 메가박스와 관련이 있는 쇼박스에서는 [용의자]를 밀 것 같았으니 당연히 그 어떤 극장 체인도 가지지 못하고 있는 [변호인]의 흥행은 다소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소재 아무리 좋은 사람을 가지고도 말이죠.

 

하지만 [변호인]은 달랐습니다. 실화와는 같으면서도 묘하게 다르게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극장으로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단순히 고 노무현 대통령만을 다뤘다면 이 정도의 흥행은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과 아픈 역사라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가 불편한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남영동 1985]역시 보는 내내 아프고 다음 날까지 위가 아플 정도였으니 이런 여화를 본다는 것은 보는 입장에서도 참 버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있었고 그 배우들이 믿음을 주었기에 극장에서도 확신이 생겼습니다. , 어쩌면 이 영화 뭐가 될 수도 있겠는데? 그런데 이 연기를 보인 것은 개인적으로 송강호가 아닌 바로 김영애였습니다. 그냥 엄마. 자식이 갑자기 나라에 끌려간 그런 엄마. 내 아들 빨갱이 아닌대.를 혼자서 넋두리처럼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그 엄마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말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이야기만 하더라도 두근거리는 세상이기에 당연히 막힐 줄 알았습니다. [천안함 프로젝트]처럼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극장에 가서 정말 평일 낮에 꽉 채운 관객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 사람들이 자신들이 억울하다는 것을 겉으로 말을 안 하고 있었던 거구나. 우리들이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힘겹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다 문재인 아저씨를 찍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 그리고 당시의 그 상황에 뭐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를 한 것이 분명합니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폭행을 하고, 국가라는 이름으로 그것이 당연시 되고, 국가라는 이름으로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만 하는. 그들에게 국가란 결국 국가를 위한 국가이니 말이죠.

 

국가는 곧 국민입니다. 그런데 지금 국가는 과연 누구입니까? 이 간단한 사실을 영화는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 간단한 사실이 800만이 훌쩍 넘는 이들을 극장으로 이끌었고 지금도 더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이 간단한 것에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요? 그리고 정말로 국가란 국민이 맞는 걸까요? 제가 생각을 한 것 이상으로 [변호인]이 흥행을 하면서 또 묘한 생각이 들게 됩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본 것에 비해서 실제로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그저 흘러간 역사라고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영화가 단지 그 영화 그 자체로만 머물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를 벗어나게 되는 것인지는 사실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변호인]을 보고 오늘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는 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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