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마이 퍼스트 타임

권정선재 2014. 3. 18. 13:51

[신나는 공연] 마이 퍼스트 타임

 

우리들의 첫경험. 너무나도 짜릿하고 아찔해서 쉽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그 경험이 연극으로 태어납니다. 누구나 다 설레는 그 순간을 가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이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10대 시절에야 이게 무슨 자랑이나 훈장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잖아요. 그리고 내가 생각을 하는 것 보다 내가 되게 못한다. 아니면 어설펐구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의 첫 경험에 대하여 들으면 뭔가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그리고 사실 첫경험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성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내가 진짜로 어른이 되었다.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첫 경험일 테니 말이죠. 게다가 그 어느 순간보다도 더 감성적으로 서로가 완벽해져야 가능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두 번, 세 번, 그 이상의 관게도 물론 소중하겠지만 첫경험처럼 우리가 두근거리면서 설레고 그 관계를 지키고 싶은 것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유쾌한 누군가의 첫경험 이야기가 이제 관객들을 찾아온다고 하니 더 궁금하죠. 게다가 [마이 퍼스트 타임]에 나오는 누군가의 첫 경험은 모두 실화라고 합니다.

 

동숭아트센트에서 열리는 [마이 퍼스트 타임]은 실화인 만큼 그 즐거움도 배가 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실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은 늘 큰 편이잖아요. 게다가 그 어떤 공연보다도 관객과 같이 호흡을 하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공연에 들어가기 앞서 미리 QR 코드를 이용해서 구글 설문조사를 하게 되어있는데 이 과정에서 조사가 된 것들을 바탕으로 공연에서 활용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우리가 직접 적어낸 것들을 배우들이 읽어주기도 하고 말이죠. 누구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기 이야기가 나온다면 아무래도 흥미를 가지고 듣게 될 테니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는 만큼 조금 더 은밀하고 아찔한 기분이 들게 됩니다. 비단 누군가의 이야기만을 듣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도 같이 하는 상호적인 관계가 되면서 조금 더 아찔하게 느껴지게 되는 거죠. 네 배우가 수많은 사연들을 읽어주는 구조인 만큼 살짝 지루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루함을 덜어내고 몰입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중간중간에 삽입된 우리들의 이야기 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누구일까 추론해보는 것. 그리고 어머? 하면서 더 놀라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이 퍼스트 타임]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방적 연극이 아니라 같이 하는 연극의 즐거움인 거죠.

 

게다가 정말 수많은 이들의 첫 경험이 [마이 퍼스트 타임]에서 다뤄지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한 사람만의 이야기도 물론 첫 경험이라고 하면 즐거울 겁니다. 누군가의 은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전 세계 공연을 하면서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모아놓았던 사연을 들려준다는 것은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성 이성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는 모든 사연들이 다 모이게 되는데 그것이 주는 즐거움도 꽤나 크더라고요. 우리와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의 첫 경험까지 모이게 되니 과연 그들의 첫 경험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게 되고 말이죠. 다만 일부 사연의 경우에 살짝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것도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애인을 묘사하는 부분이나 동성애를 묘사하는 부분 등에 있어서 다소 그쪽을 폄하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조금 심한 느낌이랄까요? 물론 그런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의 첫 경험을 고스란히 옮긴 만큼 즐거움을 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우리들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 묘한 느낌도 괜찮은 편이고요. 누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의 이야기라는 것이 [마이 퍼스트 타임]의 미덕입니다.

 

다만 네 명의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다소 묘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서 어느 정도 커버가 됩니다. 아무래도 몰입이 낮아질 수 있는 부분에 계속 환기를 하고요. 그리고 모든 연극이 다 그렇겠지만 유난히 [마이 퍼스트 타임]은 같이 깔깔대고 웃는 것이 중요한 공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왜 웃는 거야? 나는 부끄러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이 공연이 가지고 있는 재미의 반에 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 테니 말이죠. 조금은 더 뻔뻔하게. 그리고 다소 얼굴이 붉어질 수 있는 공연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때로는 야유를 보내기도 하고 말이죠.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보면 우리가 단지 부끄럽게 생각만 하던 그런 첫 경험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누구나 다 겪었던 그러나 부끄러웠던 그 첫 경험을 모두와 나누는 유쾌한 시간 [마이 퍼스트 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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