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날 보러 와요

권정선재 2014. 4. 10. 11:42

[신나는 공연] 날 보러 와요

 

[날 보러 와요] 공연에 초대받고 쓰는 리뷰입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는 [날 보러 와요]는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섬칫한 무언가를 주는 공연입니다. 사실 그래서 초대를 받고 가면서도 망설였습니다. 정말 좋은 공연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었거든요. 영화도 공포 영화를 보지 않는 저이기에 이런 작품이라면 사실 조금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괜히 가서 공연은 전혀 즐기지도 못하고 괜히 겁만 먹고 오는 거 아니야? 막 이런 생각이 들면서 말이죠. 게다가 공연장에 막 들어갔을 때 지나칠 정도로 풍기는 담배 연기는 사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원작 그대로 공연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제는 담배를 그 정도로 피우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죠. 오늘날에는 담배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냥 담배를 피우는 시늉만 해도 될 텐데 지나칠 정도로 흡연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게다가 계속해서 공연장에 진하게 나는 담배 연기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이 된다면 어느 정도 이 같은 아쉬움은 사라집니다. 관객을 확 끌어 당기는 엄청난 스케일의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죠. 그다지 화려한 공연이 아님에도 [날 보러 와요]는 압도적입니다.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힘의 연극을 알아?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날 보러 와요]를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나름 영화도 많이 보고 연극도 많이 봤지만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영화에 비해서 공연은 많이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잘난 척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화려한 효과와도 같은 것은 부족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집중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에 배우들이 보일 수 있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데 사실 그러기가 어렵습니다. 기본적으로 좌석 자체가 불편하다는 것 역시 대학로 공연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것일 겁니다. [날 보러 와요] 역시 신설 극장이라 괜찮기는 하지만 아주 훌륭한 편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은 스토리의 힘, 그리고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입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하는 데다가 인물들의 힘까지 있으니 더욱 깊이 몰입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원래 공연 시간보다 다소 오버타임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느끼고 그 여운에 대해서도 크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게다가 다소 묵직한 주제인 만큼 그리 가볍지만도 않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대학로의 다른 공연보다도 무겁게 정공법을 택하는 만큼 그 진지함의 맛도 괜찮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데이트를 하면서 무조건 피할 공연도 아닌 것이 나름 깨알 같은 재미도 등장합니다. 수많은 인물들이 보이는 다소 과장된 매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로 어딘가에서 존재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면서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로 펼쳐지게 됩니다.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것인데 이 느낌도 꽤나 귀엽습니다. 수많은 배우들이 보이는 앙상블 역시도 괜찮은 느낌입니다. 어느 배우 하나가 쉽게 압도적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배우가 조화롭게 어울리기 때문이죠. 연기를 참 잘 하는 배우도 매우 중요하지만 혼자만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오히려 공연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모든 배우들 중 누군가가 툭 튀어 나와보이면 관객은 오히려 그 부조화가 불편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방 아가씨부터 용의자에 처까지 그 어떤 배역도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 장면에서는 완벽하게 자신을 보게 만듭니다. 꽤나 많은 배우가 나오기에 산만할 것 같기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이 공연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일 겁니다. 수많은 배역들이 완벽하게 자신의 자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지막으로 갈수록 조금 힘을 잃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소재의 한계 탓인 것 같습니다. [날 보러 와요]의 소재가 된 화성 사건이 미제이기 때문인 거죠.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공연이지만 그 범죄자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도 못하고 잡아내지도 못하니 그 아쉬움이 꽤나 큰 편입니다. 게다가 그 비슷한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몇 번이나 반복이 됩니다. 범인을 잡을 뻔 하다가 이내 놓치는 이야기들. 그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게다가 인물들의 관계 역시 모두가 다 다른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다소 힘을 잃는 부분도 생기게 되어버립니다. 그런 부분만 아니라면 매력적일 텐데 말이죠.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이야기라는 점. 배우들과 캐릭터가 완벽하게 조화가 된다는 점 등이 이 연극이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겁니다. 다소 우울한 이야기이기에 마음을 먹고 봐야 하는 점만 빼고는 참 좋은 공연입니다. 진지하고 묵직하고 경종을 울리는 공연 [날 보러 와요]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