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죽여주는 이야기

권정선재 2014. 4. 17. 07:00

[신나는 공연] 죽여주는 이야기

 

꽤나 오랜 시간 장수하는 공연인 [죽여주는 이야기]는 그 어떤 대학로 공연보다도 사람들과의 공감을 중시하는 공연입니다. 그 동안 줄을 서고 사람들이 즐기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어떤 재미일까? 궁금했었는데 사람들이 선택하는 이유가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대학로의 다른 공연들에 비해서 그다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좌석 자체가 너무나도 불편합니다. 물론 한 좌석, 한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편하게 앉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 대학로의 극장들의 추세가 조금 더 깔끔하게 자기 자리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티켓을 발권하는 순간 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선착순 입장을 통해서 들어가게 앉게 한다는 것도 참 낯선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이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연극이라는 것이 요즘에는 마치 영화처럼 제대로 그것을 즐길 분위기를 못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공연이 시작을 하기 전부터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그 공연을 즐기게 되는 것. 이 모든 것이 [죽여주는 이야기]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방식일 겁니다. 공연이 시작이 되기 이전부터 이미 관객은 공연에 참여할 준비가 됩니다.

 


죽여주는 이야기

장소
대학로 삼형제극장(죽여주는이야기 전용관)
출연
이진우, 김유현, 이봉근, 김무준, 남경화
기간
2009.10.01(목) ~ 오픈런
가격
일반 30,000원, 학생(초,중,고) 20,000원
가격비교예매 글쓴이 평점  

 

 

다만 지나칠 정도로 관객의 참여만을 유도한 채로 조금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관객에 따라서 그 재미가 심하게 차이가 날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는 사람들 중에서는 공연 자체를 즐기면서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람녀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매력적인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에 기대기 보다는 조금 애드립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을 해나가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대학로에 참여 연극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배우들의 능력에만 기초하는 느낌이다 보니 극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른 공연에 비해서 분명히 매력을 가지고 있는 소재였거든요. 죽기 위한 사람들을 돕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 이 자체로 자극적일뿐더러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는 소재인데 영화는 그런 몰입을 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습니다. 쉴새 없이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 안에 들어가게 만들기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 과정이 극에서 나오는 지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재가 괜찮은 만큼 조금 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학로에 가서 정말 제대로 웃고 싶다. 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실컷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마치 마당극처럼 관객들과 주고받는 공연이거든요. 관객들이 던지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유로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극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바꾸기도 하고 관객들의 관심을 다시 한 번 유도하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매일 하는 공연이라고 하지만 매일매일 다른 관객들을 마주하고 다른 키워드를 받게 될 텐데 그 모든 것을 어쩜 그렇게 재밌게 받을 수 있을까 싶거든요. 그리고 이 연극이 뭐 이따위야? 라는 마음만 아니면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습니다. 비록 세 명의 배우만 나오는 연극이라서 그다지 풍성한 어떠한 재미를 주지는 않지만 그 작은 극장만이 가지고 있는 열기가 있거든요. 그리고 그 열기를 넘어서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힘과 관객의 어울림이 극을 다시 앞으로 끌고 나가고요. 다소 비슷한 패턴이 반복이 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런 식의 연극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 어느 정도 당연하기에 그냥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대학로의 그 어떤 공연보다도 더 즐겁게 즐기기를 마음먹는다면 웃을 수 있는 연극임이 분명합니다.

 

더불어 자살, 그리고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할 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요즘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서 세상 살이가 쉬운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의 모진 풍파를 잘 견디고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내가며 자신의 삶을 개척합니다. 죽여주는 남자가 얽히게 되는 헤프닝에 대해서 보여주는 이 이야기는 다소 급하게 결말을 맺는 것 같기는 하지만 결국 산다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줍니다. 우리가 죽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 그 이상의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물론 이 부분이 너무나도 빠르게 이야기가 되어서 제대로 관객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냥 맨 끝에 배우의 입으로 말을 해주고 마는 느낌이거든요.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본다면 괜찮게 볼 것 같은 공연 [죽여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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