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 하시려고요?”
“네.”
출판사 직원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쁘지 않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더 잘 부탁드리죠. 일단 이렇게 진행할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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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어?”
“이우리가 보냈다.”
은우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태은우. 너는 내 말만 듣는 게 아니라. 이제는 언니 말도 그렇게 꼬박꼬박 잘 듣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겠냐? 너는 나를 안 때려도. 너랑 똑같이 생긴 이우리는 나를 막 때리고 그러는데.”
“언니가 너를 때려?”
“몰랐어?”
“어.”
나라의 표정에 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나라를 바라봤다.
“좋아 보여.”
“어?”
“너 지금 좋아 보인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그 사람 좋아해서.”
은우의 낮은 목소리에 나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말 그다지 믿지 않았거든. 그런데 지금 보니까 그 말이 딱 맞는 거 같다.”
“놀리는 거야?”
“아니.”
은우는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말 싫다.”
“뭐가?”
“네가 그 사람 좋아하는 게.”
“태은우.”
“그 사람이 너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어?”
“그런데 아니네.”
은우는 혀를 살짝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더 이상 그 사람으로 인해서 아프기 싫은 거고. 알아?”
“그럼 너도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거 아니야? 더 이상 아프기 싫은 거. 정상이잖아. 아니야?”
“맞아. 정상.”
은우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라에게 다가와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가.”
“어?”
“지금 당장 가라고.”
“은우야.”
“그 사람이 오라고 했다며?”
“갈 수 없어.”
나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 자리에 간다면 그 사람에게 어떤 대답을 해주는 게 되는 거잖아. 나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해주고. 그 사람에게 또 다른 미련을 주고. 다시 또 아프게 하고. 그런 거 하고 싶지 않아.”
“당장 가서 안아줘.”
은우는 나라의 손을 꼭 잡았다. 가볍게 떨리는 나라에 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하의 이나라가 다 긴장을 하네.”
“은우야.”
“좋지?”
“응.”
“그럼 가.”
“이나라 씨.”
편의점 문이 열리고 우석이 들어왔다.
“안우석 씨.”
“여기에서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네?”
“태현이가 기다리잖아요.”
“아니.”
“이나라.”
은우는 나라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가. 가면 되는 거야.”
“하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 좋아하면서 망설이는 거냐? 네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면 망설이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지금 좋아서 미칠 거 같으면서. 그 사람 곁에 서고 싶으면서 왜 망설이는 거야.”
“은우야.”
“나도 너에게 고백했잖아. 그리고 지금 우리 친구가 되었잖아. 그러니까 가서 고백을 하라고.”
나라는 우석을 바라봤다. 우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은우의 손을 놓았다.
“정말 가도 되는 거지?”
“응.”
“정말?”
“그래. 이 바보야.”
나라는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곧바로 카운터를 벗어났다. 그리고 두 사람을 바라보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색한 두 남자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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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혼하기로 했어.’
“잘 했어.”
‘우리 친구는 맞지?’
지현의 물음에 태현은 잠시 멍했다. 치구, 친구라는 말이 너무나도 우스웠지만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우리 이제 그냥 평범하게 친구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된 거다. 우리 친구가 된 거야.”
‘아주 오랜 시간. 너를 너무나도 아프게 했어. 내가 너를 망가뜨리고. 또 너를 힘들게 하고 그랬어.’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도 아니고. 그냥 그 나이의 우리는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하고 말았던 거야.”
‘바로 말을 하지 못해서 미안해.’
지현은 어색한 목소리로 사과를 전했다.
‘네 말이 맞아. 나도 주명 씨를 어쩌면 그 당시에는 조금 더 좋아했었는지 몰라. 너보다 유명한 사람이니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정태현.’
“어?”
‘그 사람하고 잘 되기를 바라.’
“지현아.”
‘미안하다고 전해주고. 아니다. 말 하지 마. 나랑 통화했다는 거 알면 그게 더 화가 나고 그럴 거야. 오늘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프러포즈 행사에 가지 않은 거. 너도 이해를 해줄 거지? 내가 거기는 못 가겠다.’
“이해해.”
‘사랑했어.’
“나도 너 사랑했다.”
태현은 전화를 끊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이제 정말로 마음이 가벼웠다. 지현의 자리는 완벽히 사라졌다. 이제 나라. 나라만 오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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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현 씨.”
나라는 택시에서 내려서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태현이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손을 내밀었다.
“기다렸습니다.”
“내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려고요?”
“올 거 알고 있었어요.”
나라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제야 나라는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복장만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자리였어요?”
“상관하지 않아요.”
“하지만 정태현 씨가.”
“내가 뭐요?”
태현은 나라의 눈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지만 태현은 입을 꼭 다물고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라의 손을 잡았다.
“내 책을 읽어줘요.”
“그런 거 상관없어요.”
“아니요.”
태현은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얼른요.”
“정태현 씨.”
“내가 읽어줘요?”
나라는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태현이 내민 책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긴장된 표정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지섭은 한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더니 다시 한나의 눈을 바라보고 손을 내밀었다. 한나가 살짝 당황한 채로 손을 내밀자 지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손에 가만히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랑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지 않겠습니까?”
“네?”
나라가 놀란 눈으로 태현을 바라봤다. 지금 태현은 책에서 나오는 대사를 그대로 자신의 입으로 읊고 있었다.
“내가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당신을 아프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나라 씨를 사랑한다는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신에게 기회를 얻고 싶습니다. 나랑 결혼을 전제로 연애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나라는 황급히 책을 읽었다. 하지만 책은 여기에서 끝이었다. 나라의 대답이 담겨 있지 않은 채로.
“지금 지섭이가 한나에게 묻고 있는 게 아니에요. 정태현이라는 사람이 이나라라는 사람에게 묻는 겁니다. 나랑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할 수가 있겠느냐고? 나랑 진지한 관계가 될 수 있겠느냐고.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하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나라 씨의 곁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으로 머물고. 그 옆에 서고 싶습니다.”
“정말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을 수 있어요?”
“맹세합니다.”
“정말이죠?”
“네.”
태현의 대답에 나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우리와 은우, 그리고 우석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에 시선.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치밀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았다. 나라는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니까.”
“연애하자고요.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고마워요.”
태현은 나라를 그대로 꽉 안았다. 사람들의 박수소리.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태현은 그리고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여서 나라에게 입을 맞추었다. 서로의 체온을 고스란히 느끼며 두 사람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오롯이 서로만을 느꼈다.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고 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시 뜨거운 입맞춤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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