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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엑시덴탈 러브, 달콤한 초콜렛 속 쌉싸래한 술

권정선재 2015. 5. 10. 21:23

[맛있는 영화] 엑시덴탈 러브, 달콤한 초콜렛 속 쌉싸래한 술

 

Good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한 사람

평점 - ★★★☆ (7)

 

머리에 못 박힌 여자와의 로맨스라고 해서 본 [엑시덴탈 러브]는 사실 그 정도로 달달하기만 한 로맨스 영화는 아닙니다. 로맨스에 정치가 결합이 된 영화인데요. 의외로 로맨스보다는 정치 쪽에 제대로 포커스를 둔 것 같아서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게다가 정치 모습을 사실대로 그리는 것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상황을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돌리고 이용하는 것이 정말 현실과 딱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본적으로 로맨스 자체는 강하지 않은 로맨스 영화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너무나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헤프닝처럼 이야기가 이어지니 다소 심심한 로맨스가 이어질 수밖에 없겠죠. 뇌에 못이 박혔지만 의료 보험 문제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여자가, 자신의 지역구 의원을 찾아가서 긴급 의료 법안을 통과시키기까지의 이야기. 사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로맨스라는 것이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순간에서 벌어지는 것이기에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이야기가 조금 더 달달하게 그려졌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이 됩니다. 뇌의 작용 탓에 사랑에 빠지기는 했지만 더 달달할 수 있도록 말이죠.

    


엑시덴탈 러브 (2015)

Accidental Love 
8.7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제이크 질렌할, 제시카 비엘, 제임스 마스던, 커스티 앨리, 폴 루벤스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미국, 영국 | 100 분 | 2015-05-07
글쓴이 평점  







 

 

제이크 질렌할이라는 배우가 꽤나 달달함이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것을 보여주기까지는 했지만 더 사랑스러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주인공을 맡은 제시카 비엘은 괴짜스러운 매력을 제대로 살려냈으니 말이죠. 로맨스 영화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두 배우의 매력에 모든 것을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 매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독특한 영화 분위기 탓에 이런 매력이 더 느껴지는 것 같기는 한데요. [엑시덴탈 러브]는 현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화면의 질감도 그렇고,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서빙을 하는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라니.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만큼 이질감을 주는 영화의 분위기가 재미있게 다가오기는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극은 상황 자체가 너무 크고, 두 배우가 거기에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충분한 달달함을 선사하지 못합니다. 너무 많은 사건들이 터지고, 그 사건들이 그저 웃음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다소 무겁고, 어떻게 생각을 하면 다소 괴기스럽다고 할 수도 있을 사건들이었거든요.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적당히 달달하게 볼 수 있는 로맨스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은 어리버리한 의원 하워드 버드웰을 맡았습니다. 굉장히 어리바리한 의원입니다. 자신의 의원으로의 소명 같은 것은 하나 가지지 않고 거수기로만 존재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런 의원은 우리들이 실제로 바라보는 수많은 의원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때로는 당의 의견과 같은 길을 가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뽑은 의원이 소신을 지켰으면 하는데, 그런 의원의 수가 너무 적으니 말이죠. 하지만 앨리스를 만나고 천천히 자신이 의원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그는 사랑스럽습니다. 사실 제이크 질렌할은 사랑스러운 외모와 다정한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인데 그 동안 이런 역할을 잘 맡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배역의 매력이 다른 로맨스 영화의 사랑스러운 남자 주인공들에 비해서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이크 질렌할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과 눈빛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살아나거든요. 그리고 평소에 똑부러지는 상남자의 모습과 다르게 다소 어수룩하고 제시카에게 끌려다니기도 하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모습도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그런 왕자님은 아니지만, 나름의 매력을 지닌 적당히 사랑스러운 남자 주인공입니다.

    

뇌에 못이 박힌 앨리스 엑클제시카 비엘이 맡았는데요. 뇌에 못이 박힌 채로 워싱턴으로 향하는 괴짜 아가씨입니다. 뇌에 못이 박히고 난 이후에 괴짜가 되어버렸는데요. 뇌의 어떤 부위를 자극하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성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제시카역할이 주는 독특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보통 로맨스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과 다르게, ‘제시카는 뇌에 박힌 못 때문이기는 하지만 당당하게 행동하며 자신이 바라는 것을 취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하워드와 섹스를 위해서 먼저 달려들 수 있는 것도 그녀고, 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결국 제시카거든요. 그저 수동적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바꿔주기 위해서, 지금 이 상황의 변화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기다리는 다른 수많은 영화의 여주인공들과 다르다는 것이 [엑시덴탈 러브]가 다른 로맨스 영화와 갖는 가장 차별적인 지점일 겁니다. 다만 말도 안 되는 일을 당한 여주인공이니 만큼, 여자로의 매력을 그리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무리 괴짜 여주인공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줄 수 있었다면 달라졌을 텐데 말이죠. 기존 영화보다 당돌한 여주인공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습니다.

    

기본적으로 로맨스 영화라는 틀을 지니고 있지만, [엑시덴탈 러브]는 결과적으로 미국 의료법에 대한 문제를 제대로 겨냥한 영화입니다. 포장은 너무나도 달콤하지만 그 속에는 쌉싸래한 술을 담고 있는 초콜렛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가운데 기존에서 우리가 보던 주인공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가지고 왔다는 것은 점수를 줄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마를 타기는 했지만 어리버리한 왕자님, 그리고 뇌에 못이 박혀서 당당하고 괴기하기까지한 여주인공의 모습은 말이죠. 다만 저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여서 부러울 정도의 달달함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모든 로맨스 영화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로맨스 영화들은 온 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커플 연기를 선보여야 하거든요. 하지만 [엑시덴탈 러브]는 처음부터 서로에 마음이 가는 두 남녀가 마지막까지 달려가는, 그 아슬아슬한 감정의 교환 순간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제이크 질렌할이 평소에 보여주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보이면서 로맨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앨리스 엑클이 괴짜기는 하지만 충분히 사랑스럽고 남자에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여주인공으로 나오니 말이죠. 이 봄 달달한 감정이 필요하다면 [엑시덴탈 러브]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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