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오베라는 남자
다른 사람들하고는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까칠하기만 남자인 ‘오베’의 일상을 그린 작품인데 유쾌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초반에는 살짝 읽는데 어렵습니다. 분명히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히지가 않더라고요. 하지만 어느 순간을 지나면서부터는 빠른 속도로 읽히며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그들의 상황에 이해하게 됩니다. ‘오베’라는 남자가 도대체 왜 그렇게 까칠하게 된 것인지.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된 것인지를 그의 입장에서 보여주면서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결국 ‘오베’라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아직 서툰 사람이라는 것을 말을 해주는 거니까요. 그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가 틀린 것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그저 세상을 향한 유일한 통로가 사라진 이후 더욱 더 까칠한 노인이 남을 뿐이죠.
사랑하는 아내가 죽은 이후 자살을 결심하는 노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독특한 [오베라는 남자]는 그 특유의 무게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오늘날 우리나라도 노인 문제가 아주 심각한 사화입니다. 특히나 소설 속의 ‘오베’처럼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일이란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오랜 시간 한 사람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더 이상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 얼마나 클까요? 특히나 위에서도 말을 한 것처럼 ‘오베’에게는 그의 아내가 세상을 향한 통로였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이후 남자답게 사는 것에 모든 것을 건 채로. 누군가에게는 무뚝뚝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하나는 제대로 지킬 수 있었던 그가 조금씩 스스로의 힘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거든요.
이웃에 멀대 가족이 이사 온 이후로 천천히 마음을 열면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과정이 귀엽습니다. 절대로 그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괴팍한 노인이 천천히 마음을 연 채로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니 말이죠. 물론 그가 신경을 쓴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통의 방법으로 신경을 쓴다고 말을 하지 않기 떄문이죠. 까칠하게 툴툴거리면서 챙겨주지 않으려고 하면서 챙겨주거든요. 그래서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여전히 까칠하기만 한 노인이며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손을 내밀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건네는 그의 변화를 보는 것은 묘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까칠하지만 그 뒤에 따스함이 있는 사내라는 것이 밝혀지거든요.
초반에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가 느껴지면서 빠르게 읽히니 시간을 갖고 읽으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한 번 집중력을 가질 때 더 매력을 가질 수 있거든요. 특히나 이 까칠한 ‘오베’라는 할아버지에게 애정을 갖기 전까지는 소설에 흥미를 가지기도 어렵고요. 하지만 후반으로 가게 되면서 그의 상황에 대해서 알게 되고, 그의 사정에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서 점점 더 남아있는 장수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오베’라는 인물이 얼마나 따스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 더더욱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겉으로는 툴툴거리기만 하면서도 자신의 오랜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이웃을 위해서 나서는 그의 모습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까칠한 한 할아버지의 츤데레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설 [오베라는 남자]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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