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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울보 하야오

권정선재 2016. 4. 12. 13:57

[행복한 책방] 울보 하야오

 

1930년대 일본을 그리고 있는 [울보 하야오]는 동화 같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으로 살짝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시절을 기억하는 것은 자신들의 자유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그다지 유쾌한 시절은 아니죠. 우리에게 가장 암울하던 시절을 살아가던 누군가의 자전적 이야기인데 보는 동안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졌더라도. 아무리도 적극적인 가해자가 아니더라고 하더라도 그 시대를 마치 자신들도 피해자처럼 그리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너무 꼬인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시절에 대한 아무런 반성도 없이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 일본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는 만큼 [울보 하야오]는 무언가를 숨기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작가가 어릴 적의 기억을 더듬어서 적어가는데 아무런 생각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아무런 생각도 담겨 있지 않은 부분들에 일본 제국주의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고 느껴졌습니다. 일본을 위해서 우리가 희생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부분 등도 느껴지는데 그 부분들이 참 무서웠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국가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인데 그것을 그저 아름다운 미담인 것처럼. 그저 아무 것도 아닌 어린 시절의 추억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며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말이죠. 아무리 일본에 호감을 갖고 있더라도 이런 식의 글은 불편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동화식으로 풀어놓은 만큼 읽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과거를 그려놓는 것이 그리 복잡한 방식을 띄지 않습니다. 누군가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이니 평소에 책을 읽지 않으시는 분들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을 느낌입니다. 문장 역시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쓰였기에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억지로 꼬아놓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일본 제국주의와 비슷한 것을 그려놓아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책 자체는 꽤나 빠르게 읽히는 편입니다. 게다가 다른 형제들보다 순한. 그리고 울보인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조금은 특별한 아이를 설정해놓았습니다. 우리가 남자다워야 한다는 그런 아이와는 다른 어떤 아이 말이죠.

 

빠르게 읽히는 데다가 어렵게 막히는 부분이 없으니 주말 같을 때 시간이 나실 때 한 번에 읽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에피소드 위주의 형식으로 되어 있기는 한데 흐름을 갖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그 흐름을 놓치게 되면 살짝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기만 한다면 그리 지루하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의 나라에서 그 시절을 어떤 식으로 생각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묘한 느낌이 들더군요. 과연 우리는 그 시대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을 하고 있는지. 이렇게 그 시절을 평범하게 느낀 누군가의 기억이 남아있기는 한 것인지 말이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시절에 대해서 아무런 시절이라고 말해주는 [울보 하야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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