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장. 준재와 태식
“지우개.”
지우개가 꼬리를 흔들었다.
“나 정말 잘 하고 있는 걸까?”
지우개는 지우의 주위를 맴돌았다. 지우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그런 지우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내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싶은데. 정말로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하는 걸 봐도 내가 정말 잘 하는 건지. 그냥 겨우 기본이나 하는 건지 모르겠어.”
엄마였다면 달랐을까? 지우는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잘못이었다. 조금 더 유정과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나는 바보야.”
엄마가 늘 있을 줄 알았다. 늘 엄마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엄마.”
지우개가 낑낑거리며 지우의 품을 파고들었다.
“미안.”
지우는 지우개의 등을 가만히 쓸었다. 자신 못지 않게 엄마가 그리운 존재가 바로 지우개일 거였다. 지우개와 유정은 너무나도 사이가 좋았으니까. 사실 자신은 지우개의 주인이라고 했지만 엄마처럼 지우개를 지키지 못했었다.
“지우개. 나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지우개는 지우의 손을 핥았다.
“잘 해야 하는 건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정말 밥집이라는 거. 그게 뭔지. 아직까지 선명한 감이 잡히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좋은 음식인 걸까?”
머리로는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 알 것 같다는 답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진짜로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엄마는 그걸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지우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속이 답답했다. 지우개가 그런 지우의 손끝을 가만히 핥았다. 따뜻했다.
“고마워.”
지우는 지우개를 더욱 포근히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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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그래요?”
“뭐가?”
“꼭 그렇게 사장님을 긁어야 해요?”
준재의 말에 길을 걷던 태식이 멈칫했다. 그리고 준재를 돌아보며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꼬맹이 너 뭐하자는 거야?”
“대화를 하자는 거죠.”
“대화?”
준재의 대답에 태식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곧바로 사나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가 지금 하자는 거 그거 대화 아니야. 너 지금 나에게 싸우자고 하는 거야. 내가 왜 네 싸움에 답해줘야 하는 건데? 나는 너랑 싸울 이유가 없는데? 너랑 싸워서 얻을 게 하나 없잖아.”
“비겁해.”
“뭐?”
“그만 해요.”
형진이 가운데에서 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둘이 싸우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왜들 이래요?”
“이 아저씨가 이상한 말을 하잖아.”
“이상한 말?”
준재의 말에 태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이를 훑었다.
“무슨 이상한 말?”
“사장님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는 아저씨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그렇게 사장님을 못 괴롭혀서 안달인 건데요? 사장님이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시는 건데요?”
“그러게.”
태식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 모습이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서 준재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장님은 잘 하고 있어요.”
“그렇지.”
“그럼 왜 그래요?”
“더 잘 할 수 있는 거잖아.”
태식의 간단한 대답에 준재는 침을 삼켰다.
“원래 잘 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이제 내가 자극을 해서 나아지고 있고. 그러니까 더 나아지면 되는 거지.”
“그걸 누가 바라는 건데요?”
“장지우 씨 본인이.”
태식의 말에 준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우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 역시 알 수 있었다.
“천천히 변하고 있는 거 꼬맹이 너도 아는 거 아닌가? 장지우 씨가 이제 손님들 표정까지 신경을 쓰고 있어. 어머니가 하셨을 때. 그 모습을 이제 기억을 한다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야?”
“그런 걸 그런 식으로 말해줄 필요는 없어요. 보지도 못하는 아버지만 남은 사람에게 그건 잔인해요.”
“너 뭐야?”
순간 태식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아버지?”
“네?”
준재는 순간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섰다. 태식이 준재를 잡으려고 하자 형진이 그를 막아섰다.
“쟤도 사정이 많아서요.”
“너도 뭘 알아?”
“다 알지는 못해요.”
형진은 멀어지는 준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태식은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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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괜찮아?”
“내가 미쳤지.”
준재는 벽에 머리를 박고 한숨을 토해냈다. 형진은 그런 준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별 이야기 하지 않았어.”
“아버지 이야기를 했잖아.”
“그래도.”
“궁금해 할 거야.”
준재의 말이 맞을 거였다. 누구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호기심을 품을 수밖에 없으니까. 당연한 거였다.
“혹시라도 아저씨가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하면, 나는 사장님에게 거짓을 말허가나 진실을 이야기를 해야만 해. 하지만 진실을 말하건, 거짓을 고하건, 어떤 것이건 사장님에게 상처가 될 거야.”
“그렇겠지.”
형진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준재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언제까지 숨길 거야?”
“최대한.”
“그게 숨겨져?”
“숨겨지더라.”
“그러네.”
형진은 한쪽 입꼬리만 올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사장님 아버지가 나타나서 너에게 도와달라고 한 거. 그거는 말을 해야 할 거 같은데.”
“사장님 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나는 사장님을 도왔을 거야. 나는 사장님이 좋으니까.”
“그렇지.”
형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준재는 정말로 지우를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러니까 네가 더 빠르게 말을 해야 하는 거야. 나중에는 네가 말을 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테니까.”
형진의 진지한 충고에 준재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몰랐다.
“그래야겠지.”
준재는 벽에 가볍게 머리를 박았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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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
태식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꼬맹이 정체가 도대체 뭐야?”
태식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벽에 기댔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비밀에 가까워지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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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너 졸업식 언제야?”
“네?”
“뭘 그렇게 놀라?”
원종은 준재가 유난히 놀라자 미간을 찌푸렸다. 형진은 자신이 웃으면서 대신 끼어들면서 손을 내밀었다.
“저희 내일이요. 졸업선물.”
“뭐래?”
“안 줄 거예요?”
“내가 왜 주냐?”
“너무해.”
형진의 반응에 원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몇 시인데?”
“그건 알아서 뭐 하시게요?”
“가보게.”
“됐습니다.”
준재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저씨가 거기에 오면 가게는 어떻게 하려고요? 식당 사장님 혼자서 못하는 거 다 아시고 계시죠?”
“내일은 쉴 거야.”
지우의 말에 준재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우는 손을 가볍게 털면서 이리저리 목을 풀고 심호흡을 했다.
“그 동안 너무 열심히 달리기만 했잖아. 그러니까 이제 하루는 쉬어도 된다.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아니요.”
지우의 말이 끝이 나기도 전에 준재는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서 쉬는 것은 너무나도 멍청한 일이었다.
“손님들이 이렇게 오는데 쉰다고요? 그거 안 될 일이에요. 이러다가 손님들이 아무 날에나 막 쉬는 가게다.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려고 해요? 그러다가 다시 이 정도 안 될 수도 있다고요.”
“어차피 이거 유지 안 돼.”
지우는 입을 내밀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거 그냥 요행이야.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라고. 결국에는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건데 여기에 매달리는 거 우습잖아.”
“하지만.”
“진짜야.”
지우의 말에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준재는 원종을 봤는데 원종도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네 졸업식도 모를 거 같냐? 학교에 전화하면 그거 다 알려주는데. 기분은 좀 나쁘지만.”
“네?”
“장사하는 사람인 줄 알더라고.”
지우의 대답에 준재는 웃음을 터뜨렸다.
“장사하는 사람 맞잖아요.”
“그러네.”
“그러게.”
지우와 원종도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튼 내일 그럼 졸업식에 가는 거다. 우리 미리 말했어. 괜히 이상한 말 하고 그러지 마.”
“알겠어요.”
준재는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새로운 기분이었다. 자신에게도 누군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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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형진은 잠시 들렸다 올 곳이 있다고 해서 혼자 들어오는 준재의 앞에 태식이 나타났다. 준재는 미간을 모았다.
“아저씨 뭐예요?”
“너 뭐야?”
“네?”
“너 도대체 뭐냐고?”
“뭐가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준재는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그런 식으로 말을 하면 누가 알아들어요?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요? 알아 듣게 이야기를 해야죠.”
“너 정체가 뭐냐고.”
“네?”
“도대체 그 사람의 아버지에 대해서 뭘 아는 거야? 도대체 너 장지우 씨 앞에 왜 나타난 거냐고?”
태식의 물음에 준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태식은 머리를 헝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준재를 바라봤다. 준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그런 태식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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