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장. 구조 4
“정말로 연락이 왔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해군의 얼굴에 그제야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이제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가면 되는 거였다.
‘그래서 지금 어디로?’
“바로 그 섬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시간은 얼마나 걸릴 거 같습니까?’
“네. 이제 한 시간 안에 갈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그리 답장을 보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해군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사람들을 구하면 되는 거였다. 그가 한 일이 헛된 일이 아니라는 것.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온대요.”
“그래요?”
“네. 온대요.”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돼.”
여기에서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내더라도 이런 답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게 뭐야?”
“왜요?”
“아니.”
진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자 고개를 저었다.
“창피해.”
“에이.”
재율은 진아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 가야죠.”
“네. 가야죠.”
진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간 정도 남았다면 다들 준비를 해야 해요. 단 일 분이라도 먼저 이 섬을 떠나고 싶으니까요.”
“업혀요.”
“아니요.”
재율이 등을 내밀자 진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 발목을 접지른 것을 가지고 업히기는 싫었다.
“걸을 수 있어요.”
“에이. 어서요.”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고 입을 내밀었다.
“나중에 갚을 거예요.”
“네. 갚아요.”
재율은 진아를 가볍게 업었다. 이제 돌아가는 거였다. 모두가 있는 그곳으로 이제 가면 되는 거였다.
“그게 무슨?”
“방법이 없잖아.”
진아는 머리를 뒤로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가 그 사이 또 다른 사고를 쳤을 줄은 몰랐다.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 섬에 또 다시 구하러 갈 거라는 보장이 없는데 도대체 거기를 왜 가요?”
“그러니 간 거죠.”
윤태가 끼어들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쪽은 뭐했어요?”
“이윤태 씨도 말렸습니다.”
윤한이 그래도 윤태랑 아는 사이라고 편을 들자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거였다.
“거기로 가지 않으면요?”
“그건.”
“그리고 거기에 누가 있을 줄 알고요.”
“그렇지.”
진아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들 이렇게 생각이 없는 사람들인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건가?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거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거기를 가요? 안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설득해야 하는 거지.”
“아니요.”
진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설득한다고 해도 그들이 다시 거기에 가줄 거라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온 것도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확신. 그 문자를 보내지 않았으면 오지 않았을 거라는 거 알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거기를 간다고요?”
진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갈 거예요.”
“강지아 씨는 뭐든 할 겁니다.”
윤태의 말에 진아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게 무슨 말이죠?”
“강지아 씨라면 자신이 살아있는 흔적을 남겼을 겁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진아는 혼자 이 상황이 이해가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두가 이렇게 행동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다들 미쳤어.”
“안 미쳤으면 여기 못 왔지.”
지웅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다들 제정신 아니잖아.”
“선배.”
“다들 미친 각오로 여기에 온 거야.”
지웅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도 각오도 하지 않고 여기에 온 사람 없어. 다들 자기 나름의 생각으로. 이 섬으로 다시 돌아온 거야. 그리고 모두 같이 돌아간다는 마음은 한 가지고? 안 그래? 다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삽 어디에 있어요?”
말을 끊는 시우의 말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삽이라니.”
“차석우 씨요.”
시우의 말에 기쁨의 눈이 커다래졌다.
“같이 가야죠.”
“라시우.”
시안은 시우의 팔을 잡았다.
“뭐 하는 거야?”
“뭐가?”
“아니 지금 네가 왜?”
“같이 가야지.”
시우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안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물었다.
“굳이 네가 왜?”
“그럼 누나가 할래?”
“뭐?”
“내가 할 거야.”
시안의 뜨악한 표정과 다르게 시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표정이었다. 시우는 기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되는 거죠?”
“그래주면 고맙죠.”
“알겠습니다.”
“나도 가죠.”
윤한도 가볍게 손을 들었다. 기쁨은 입을 막았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시우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는 다녀올게요.”
“둘 가지고 됩니까?”
윤태와 서준도 나섰다. 진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미간을 모았다.
“시신은 부패했을 거예요. 그거 보는 거 한기쁨 씨에게도 좋은 일 아니야. 많이 놀랄 거라고.”
“그래도 같이 가고 싶어요.”
기쁨도 이렇게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기쁨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 이렇게 나온다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이 상황 자체가 달라지지 않을 거였다.
“그럼 가죠.”
지웅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미친 거 아니야?”
“제정신인 거죠. 이제야.”
진아가 투덜거리자 세연은 가볍게 덧붙였다.
“그 동안 다들 사람처럼 살지 않았잖아요. 다들 자기 생각만 하고 너무나도 이기적으로 행동했지.”
“그래서 지금 시신을 파는 게 정상이라고요?”
“그러게. 그건 비정상이지.”
시안까지 진아에게 힘을 보탰다.
“그 시신을 꺼내서 뭐 하자는 건데? 정말 같이 가고 싶으면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면 되는 거고.”
“아니.”
시인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시안을 보며 입술을 꾹 다물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그 확률이 어느 쪽이 더 큰지 계산을 하느라 오지 않았던 사람들이야.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고작 시신 한 구를 가지러 이 섬에 다시 온다고? 절대로 안 올 걸?”
“하지만.”
“어차피 끝난 문제 아니에요?”
나라의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간 거고. 시신을 가지고 올 거예요. 이제 와서 우리가 왈가왈부해야 달라질 거 없어요.”
“그러게. 우리 막내 잘 하네.”
세라는 가볍게 나라의 어깨를 두드렸다.
“성진아. 너는 어떻게 새로 온 신입보다도 못하니? 너는 승무원의 마음으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지.”
“내가 뭐요?”
“승무원이 사람 두고 가는 게 말이 돼?”
“그거야.”
“사람이야.”
진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세라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 분이 지금 어떤 상태이건 우리가 함께 가야 하는 승객이야. 그 승객을 두고 갈 수는 없는 거야.”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세라까지 이렇게 말하니 자신이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어려웠다.
“우리는 승무원이니까.”
세라는 나라의 등을 문지르며 밝게 웃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네.”
잠시 망설이던 기쁨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를 꺼내주세요.”
“알았습니다.”
시우는 긴장된 듯 심호흡을 하고 먼저 삽을 뜨기 시작했다. 기쁨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다시 석우를 보는 거였다. 다시.
“시신은?”
“바닷가에 있어.”
재율은 바닷가의 기쁨과 무언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쓰럽네.”
“얼른 돌아가면 좋겠다.”
지웅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자 재율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면 우리 사이는 달라질 걸?”
“모르지.”
지웅의 말에 재율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그들의 눈에 배가 보였다. 지웅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섬이요?”
“부탁입니다.”
지웅은 해군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런 지웅을 보고 해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돌아가야만 했다.
“부탁입니다. 제발.”
“하지만 거기에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있을 겁니다.”
“네?”
“있을 겁니다.”
윤태의 말에 해군은 당황스러웠다. 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여기는 미군의 작전 지역이었다. 여기에 이렇게 오래 대한민국의 해군이 머무는 것은 그다지 긍정적인 신호가 되지 않을 거였다.
“지금 가지 않으면.”
“멀리서 연기가 보입니다!”
그때 부하가 들어오면서 외쳤다. 그 말을 듣고 해군의 얼굴에도 엷은 미소가 번졌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마지막 장] (0) | 2017.10.30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77장. 구조 3] (0) | 2017.10.30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76장. 구조 2] (0) | 2017.10.30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75장. 구조 1] (0) | 2017.10.30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74장. 긴박한 순간 4] (0) | 2017.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