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
“왜 이러는 거예요?”
“박 대리 님이야 말로 왜 이러시는 거예요?”
소은이 병환을 노려본다.
“분명히 그 여자 분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계시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죠?”
“정말 보기 한심하고 답답해요.”
소은이 병환의 눈을 바라본다.
“지금도 그 여자분께 달려가고 싶은 마음 뿐이잖아요.”
“소은 씨.”
“아니에요? 제 말이 틀렸냐고요?”
병환의 소은의 눈을 피한다.
“틀렸어요.”
“제 눈을 보고 말해요!”
소은이 병환의 눈을 들여다본다.
“딱 울고 싶은 아이잖아요. 보이잖아요. 그런데 왜 아닌 척 하는 거예요. 당장 가요. 그녀에게 달려가라고요.”
“뭐라고 말하죠?”
병환이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미소를 짓는다.
“도무지, 그녀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가봤자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거에요.”
“일단 가요.”
“소은 씨.”
“가면 어떤 말이 하고 싶은 지 알게 될 거예요.”
“하지만.”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내 말을 믿어요.”
“소은 씨.”
“어서요.”
소은이 병환의 등을 떠민다.
“더 늦기 전에 가서 잡으세요.”
“고마워요.”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정말 고마워요.”
“일단 가서 잡고 나서 고맙다는 말 하세요!”
“네!”
병환이 가게를 뛰어나간다.
“하아.”
그 모습을 보고 소은이 바닥에 앉는다.
“나도 참 바보 같지. 그걸 다시 보내냐?”
소은이 미소를 짓는다.
“후후후.”
소은이 고개를 들어 병환이 뛰쳐나간 문을 바라본다.
“꼭 잡아요. 반드시 말이죠.”
“너 괜찮아?”
“그럼.”
혜지가 싱긋 웃는다.
“너희들 내 걱정하지 말고, 수업 들으러 가.”
“그래도 걱정이 되잖아.”
“괜찮다니까.”
혜지가 두 사람의 등을 민다.
“너희 이러다가 지각하겠다.
“휴.”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그럼 우리 금방 다녀올게.”
“그래.”
“혜지 정말 괜찮을까?”
츄파춥스를 입에서 빼면서 주연이 묻는다.
“너 더럽게.”
승연이 주연을 노려본다.
“알았어.”
주연이 츄파춥스를 오른쪽 볼에 문다.
“대답 해 봐. 정말 우리 혜지 저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낸들 알겠냐?”
승연이 한숨을 쉰다.
“지금 나도 지원이 오빠 때문에 미치겠는데, 혜지 쟤까지 속을 �이냐?”
“정말. 이제 오빠 군대 갈 날 얼마 안 남지 않았어?”
“다음 주란 말이야.”
승연이 울상을 짓는다.
“오빠 군대 가는 거 따라 갈 수나 있을 지 몰라.”
“어떡하니?”
“그러게.”
승연이 고개를 젓는다.
“솔직히 절친 저렇게 속 썩고 있는데 웃으면서 지원이 오빠에게 가기도 그렇고 말이야. 어떡하냐?”
“우리가 병환 오빠 만나볼까?”
“아서라.”
“왜?”
“혜지가 그거 알면? 가만히 두겠냐?”
주연이 몸을 떤다.
“그, 그런가?”
주연이 볼을 부풀린다.
“그래도 우리가 무언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그러게.”
“하아.”
‘딸깍’
“뭐 두고 갔어?”
혜지가 고개를 돌린다.
“!”
“헉. 헉”
“!”
병환이 고개를 든다.
“혜지야.”
“오, 오빠.”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헤지야.”
“오빠!”
혜지가 병환에게 한 걸음 다가간다.
“왜, 왜 이렇게 말랐어? 어?”
혜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너도 왜 이렇게 말랐어.”
병환의 눈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바보.”
“너도.”
혜지가 미소를 짓는다.
“왜 왔어? 그 예쁜 언니랑 잘 지내지.”
“그 사람 내 직장 동료야.”
병환이 조심스럽게 혜지를 안는다.
“너에게 달려가래.”
“어?”
“나 후회한다면서.”
병환이 혜지의 머리 냄새를 맡는다.
“얼마나 맡고 싶었는 지 몰라.”
“오빠.”
“네 느낌, 네 냄새. 너무 그리워.”
“흐윽.”
혜지가 병환의 허리를 안는다.
“이제 다시는 화 안 낼게.”
“나도 늦지 않을게.”
“다시는 오빠에게 보채지 않을게.”
“다시는 너 미안한 맘 들지 않게 할게.”
“오빠.”
“혜지야.”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정말 미안해.”
“내가 더 미안해.”
“킥.”
“치.”
병환이 혜지의 눈에 입을 맞춘다.
“!”
혜지의 볼이 붉어진다.
“사랑해.”
“나도.”
병환이 혜지를 꽉 안는다.
“우리, 사랑해!”
“그래, 우리 사랑해!”
헤지도 병환을 따라 외친다.
오늘 오래 된 저의 짝사랑을 끝냈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었던 사랑이기는 하지만요. 저도 참 바보 같아요. 그냥 이대로 뒀었으면 제 남자가 됐을 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죠. 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가 저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다면 그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겠어요? 그렇기에 저는 그를 그녀에게 돌려보냅니다. 제 것이 아닌 것을 가질 수는 없잖아요. 제 옆에 가만히 둬서 제 사람이 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는 게 분명히 보이는 데 괜히 붙잡아 봤자 저도 힘들고 그도 힘들고 말이죠. 그렇기에 그를 보내는 겁니다. 그러니까 거기 당신! 저를 보고 미련하게 남자를 놓아주는 바보 같은 여자라고 말하지 말라고요. 제 속도 굉장히 아프고 쓰리니까 말이죠. 그리고 그를 보냈어도,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 없습니다. – by 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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