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고마워요
우리에게는 ‘빽가’로 알려진 ‘백성현’이 직접 쓴 포토 에세이 [고마워요]는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뇌종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을 이긴 그의 삶은 대단한 깨우침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아서 좋습니다. 보통 한 가지 일을 겪은 사람들의 글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을 거야. 나는 이런 일을 경험함으로 대단한 사람이 되었어. 이런 식으로 풀어가는데 [고마워요]는 정말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덤덤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를 보며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그의 입장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과연 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덤덤하게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말이죠.
[고마워요]의 전반부는 아직 우리에게 가수 ‘코요태’의 맴버인 ‘빽가’의 이야기가 우선 담겨져 있습니다. 그 당시 정상을 달리던 그가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클지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를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부러워하는 시기에,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뇌종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이 찾아왔으니까요. [고마워요]의 전반부는 아픔을 겪는 ‘빽가’의 이야기가 아주 덤덤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옆에서 그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쓴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를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참 묘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덤덤함은 그가 겪었을 고통을 더욱 분명하게 그려줍니다. 그의 아픔 같은 것이 더욱 더 선명하게 독자들에게 오롯이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후반부는 그가 사진에 더욱 더 집중하는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한 가지 일에 애정을 가진 채로 오랜 시간 매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특히나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일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백성현’은 우리에게 이제 사진 작가로도 아주 유명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가 사진을 잘 찍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들 다 알고 있죠. 그가 사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사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다면 그가 그저 장난처럼 사진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겠죠. 사진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양인 최초로 한 브랜드의 모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하는 일이 그리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포토 에세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사진과 에세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평소에 사진에 대한 자신이 많은 그이기에 사진과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책은 완벽하게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누어져 있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가 투병 중이었기에 그 시절을 사진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양쪽의 균형이 많이 어긋난 느낌입니다. 그리고 뒷부분은 많은 사진이 담겨져 있지만 그렇게 많은 글이 더해지지 않으면서 조금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의 사진과 그의 생각을 보고 싶은 사람으로 다소 아쉬웠습니다. 특히나 그가 말보다 글이 나은 사람이라 믿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책 [고마워요]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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