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장. 두 번째 데이트
“잘 안 됐어?”
“아니.”
지석의 물음에 원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지금 네 표정을 보면 데이트를 한 소년의 얼굴이 아니라 무슨 군대 영장이라도 나온 거 같은데?”
“그래?”
원희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얼굴을 만졌다.
“그렇구나.”
“무슨 일이야?”
“아니.”
지석에게 말을 하더라도 공감을 받지 못할 거였다. 원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에이. 그래도 내가 네 친구인데 무슨 일이라도 말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사소한 거라도.”
“그래?”
“그럼.”
“정말 없어.”
원희가 힘을 주어 고개를 흔들자 지석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리고 목을 한 번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직접 말을 해주지 않는데 내가 혼자서 너에게 이것저것 묻는다고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
“왜 또 그래?”
“사실이니까.”
원희가 달래려고 하자 지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미친 거 아니야?”
“왜?”
“너는 무슨.”
아정의 말에 지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은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좋아하는데 그런 게 중요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더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거잖아. 너 그래야 네가 더 가치가 있는 거라니까.”
“아니.”
아정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면 그냥 그것으로 그만인 거였다. 그걸 가지고 이것저것 따지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원희가 자기 마음에 대해서 제대로 드러내지도 않고 데이트를 한 것도 내가 겨우 졸라서 하는 거야. 그런데 내가 또 그렇게 나오면 원희가 뭐라고 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아무리 그래도 너 지금 그렇게 끌려가면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래? 전학생이 너에게 뭐라고 할 줄 알고?”
“정말 괜찮아.”
아정이 기지개를 켜면서 말하자 지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미간을 가늘게 모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 동안 다 거절하면서.”
“이렇게 멋진 사람을 만나려고 한 거지.”
“아. 그래.”
아정이 손을 맞잡으면서 눈을 꼭 감으면서 말하자 지수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아정은 그러거나 말거나 밝게 웃었다.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게 좋은 거지.”
원희의 지적에 아정은 손가락을 내밀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원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사람 많은 거 싫어.”
“어?”
“사람 많은 거 귀찮다고. 나 사람이 적은 게 좋아.”
“세 번은 나랑 무조건 하기로 했잖아.”
“아니.”
아정의 제안에 원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하지 않는 곳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어느 정도 합의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식으로 나 보고 일방적으로 오라고 하는 건.”
“그럼 세 번째는 네가 짜면 되겠네.”
“어?”
“그럼 되는 거잖아.”
“아니.”
원희가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종이 울리고 아정은 자리로 돌아갔다. 원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너 무슨 생각이야?”
“어?”
복도를 걸어가는 아정에게 지웅은 미간을 모은 채 물었다.
“윤아정. 불쌍한 애가 있다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다 맞춰주는 건 아니지 않아?”
“정말 좋아서 그러는 건데?”
“뭐?”
아정의 말에 지웅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주위로 다른 아이들도 몰렸지만 아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너야 말로 이제 그 편협하고 이상한 생각은 버려야겠어. 내가 원희를 좋아서 만나지 다른 이유가 있어?”
“말이 안 되잖아.”
“왜?”
“아니.”
지웅은 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 새끼 가난해.”
“너도 가난해.”
“뭐?”
“네 돈 아니잖아.”
아정의 말에 지웅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런 새끼랑 놀다가 너도 그렇게 될 수도 있어.”
“나는 네가 더 이상한데?”
“뭐라고?”
“유치해.”
아정의 대답에 지웅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지만 아정의 태도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 그거 봐.”
“뭐가?”
“유치원생 같아.”
아정의 말에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너 네가 잘난 줄 알아? 그런 거 아니잖아. 너도 결국 아빠 없는 애라서 지금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아빠가 왜 없어.”
“뭐?”
“나 있어.”
아정은 머리를 뒤로 넘기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지웅을 보더니 이내 싸늘하게 웃었다.
“나도 재미 좀 있어 봐?”
“뭐?”
“너도 알잖아.”
아정의 물음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미친.”
“그러니까.”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그러니 욕 아니면 지금 나에게 할 말도 없다는 거네. 구지웅. 너 도대체 왜 그렇게 되버린 거야?”
“윤아정. 네가 잘난 줄 알지?”
“응.”
아정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자 지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정은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나는 내가 잘난 거 알고 있어.”
아정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지웅은 머리를 긁적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문 후 발을 한 번 굴렀다.
“그래도 나오니까 좋지?”
“뭐.”
출근하기 전에 만나는 것이었지만 그나마도 원희는 불안한 모양이었다. 아정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왜?”
“제대로 갈 수 있나 싶어서.”
“갈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런 거 걱정 아니야.”
“아니긴.”
아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원희의 손을 잡았다. 원희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아정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
“너는 정말.”
“좋지?”
“그래.”
원희가 이렇게 대답하자 아정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원희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람들 정말 많다.”
“그러게.”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지만 그런 건 불가능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린 시절 좋아하던 아이스크림 체인점을 발견한 거였다.
“나 여기 정말 좋아했는데.”
“그래?”
“응. 어린 시절 가족이랑 놀이공원에 가면 늘 엄마가 이 브랜드의 바를 사줬었거든. 그래서 좋아해.”
“그렇구나.”
원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정이 이렇게 하나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참 신기했다.
“너는 할 말 없어?”
“어?”
“늘 나만 말해.”
아정이 바를 한 입 먹으면서 투덜거리자 원희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게.”
“그게 다야?”
“어? 어.”
아정은 웃음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기분은 좋아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너 정말 신기해.”
“내가 신기하다고?”
“응. 너 자꾸만 사람에게 뭐든 다 말을 하게 하는 기분이야. 이원희 되게 신기한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좋아하나 봐.”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원희가 얼굴이 붉어져서 말까지 더듬자 아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리저리 목을 풀고 혀를 내밀었다.
“그냥 내 감정에 솔직한 거야.”
“너 신기해.”
“왜?”
“그런 말을 어떻게 그냥 해?”
“왜 못 해?”
“어?”
아정의 물음에 원희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아정은 씩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혀를 내밀었다.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해.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내가 어떤 경험을 했었는지 너에게 모두 다 말해주고 싶어.”
“왜?”
“그래야 더 빨리 우리가 알게 되니까.”
아정은 원희의 눈을 보며 씩 웃었다.
“우리가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거잖아. 그리고 이제 만나게 된 거니까. 그 시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게 다일 거 같아서.”
“시간의 간극이라.”
뭔가 낯선 말이었다. 원희는 헛기침을 하고 멍하니 있다가 손에 아이스크림이 툭 떨어져서 놀라서 재빨리 핥았다. 아정은 가만히 어깨를 으쓱하고 넵킨을 건넸다. 원희는 아이스크림을 묵묵히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 나랑 이러면 집에서 뭐라고 하지 않아?”
“왜 뭐라고 해야 하는 건데?”
“아니. 그래도 고 3이니까.”
“나 공부 잘 해.”
아정의 자신감이 넘치는 말에 원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정도 그런 원희를 따라서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신들을 쳐다봤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서로를 보면서 웃는 게 좋았다. 아정은 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희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나오고 기분이 후련해지는 것에 신기하면서 아정을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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