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기 느리게 걷기 권순재 거리를 아주 늦게 걸어본 적이 있는가? 아주 느리게 걸어본 적이 있던가? 그럼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의 걸음이 참 빠르다는 것, 사람들이 주위를 보지 않는다는 것, 사람들이 모두 제 앞의, 그 앞의 것들만 바라본다는 것. 느리게 걷는 다는 것의 미학은 주위를 볼 수 있다는..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10.01.08
어색한 사람 어색한 사람 권순재 만나다 보면 어색한 사람이 있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색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색하다. 그런 사람이 꼭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더 나를 배려해주는 기분이 든다. 오히려 어색한 사이이기에,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생각한다고 해야 할까? 그 어색함이 무조건 불편한 것..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10.01.07
고등어 고등어 권순재 고등어 굽는 냄새가 요란하다. 무슨 생선을 굽는 냄새가, 저리도 요란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그녀는 비린 것을 입에 대지 않았다. 비린 것을 먹으면, 바다에서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면서, 비린 것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비린 것을 좋아했다. 유난히 꽁치, 갈치, 고등어..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10.01.06
A가 사과를 싫어하는 이유 A가 사과를 싫어하는 이유 권순재 A는 사과를 싫어했다. 어릴 적부터, 그는 이가 약했다. 그래서 늘 치과에 치료를 받았다. 매일 같이 충치를 긁어내고, 치아를 미백하자, 그의 치아는 약해졌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신 것을 먹었다가는 이가 시리고 이가 아렸다. 그래서 그는 사과를 싫어했다. 산이 듬뿍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10.01.04
또 다른 시작 또 다른 시작 권순재 그대께는 죄송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을 하고 싶습니다. 더 이상 당신에게 붙잡히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저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당신을 잊은 것도 아닙니다. 당신의 기억은 여전히, 정말 여전히 저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10.01.03
꿈 꿈 권순재 꿈을 꿨다. 무서운 꿈을 꿨다. 정말로 무서운 꿈을 꿨다. 정말로 진짜 무서운 꿈을 꿨다. 한 번도 꾸지 못한 정말로 진짜 무서운 꿈을 꿨다. 단 한 번도 꾸지 못한 정말로 진짜 무서운 꿈을 꿨다. 용이 나오는 단 한 번도 꾸지 못한 정말로 진짜 무서운 꿈을 꿨다. 사나운 용이 나오는 단 한 번도..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10.01.02
20 번째 페이지 20 번째 페이지 권순재 처음으로 맞는 20번째 페이지. 나의 기억. 나의 추억. 나의 생각. 나의 상상.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이렇게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저마다 제 소리를 내며,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내며, 모두에게 자리가 있다. 모두에게 딱 맞는 자리가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는,..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10.01.01
노숙자 2 노숙자 2 권순재 다가오는 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봤는데, 그를 봤는데, 그는 나를 본 모양이다. 그도 나를 본 모양이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항상 빛이 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나는 항상 위대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시린 바닥에 등을 대고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31
검은색 검은색 권순재 검은색은 무섭다. 그냥 무섭다. 그 뒤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 뒤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 어둠 속에서, 마치 나를 향해서 갈퀴 같은 손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손은, 나의 목을 조를 것만 같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그 무엇도 반사하지 않..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30
탄산 음료 탄산 음료 권순재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온다. 잔의 위로 거품이 올라온다. 목으로 넘길 때, 그 순간 타는 듯한 느낌이. 나는 너무나도 좋다. 그 느낌이 나는 좋다. 색도 얼마나 영롱하고 아름다운가? 투명한 것부터 검은색까지 내가 가지고 싶은 색 내가 원하고 있는 색 모든 색이 다 있다. 그러나 그 색..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