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게 모기에게 권순재 네 모성에 놀란다. 사람에게 죽는 것을 알면서도, 그 날개가 가녀리게 흔들리면서도, 제 아이를 배불리기 위해, 제 알들을 배불리기 위해, 그 가녀린 다리로, 그 가녀린 날개로, 두꺼운 핏줄 위로, 그 가녀린 입술을 가져가는 너의 모습은 마치 성모와도 같다. 제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4
모기 모기 권순재 추운 날. 모기 한 마리가 휑 하니 날아 오른다. 눈까지 내렸는데, 이리도 추운 날인데, 모기는 아직 춥지 않은 모양이었다. 가녀린 날개로, 제 새끼를 배불리기 위해서 눈치를 살피며, 파르르 날개를 떤다. 가녀린 몸으로, 작은 틈이라도 파고들며, 탁한 공기 속을 헤매인다. 제 새끼를 먹이..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3
백화점 사람들 2 백화점 사람들 2 권순재 백화점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가는 곳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서 가는 곳이다. 매일매일 좁은 집은 터져나가며, 그 곳을 더욱 좁게 만들기 위해서 가는 곳이다. 항상 돈이 없다고 울상을 지으면서, 마법의 카드 한 장. 그 카드에 모든 것을 걸고 백화점을 향..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2
백화점 사람들 백화점 사람들 권순재 백화점은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차가운 한파에도, 뜨거운 열기에도, 늘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백화점 안으로 열을 지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백화점 앞 계단의, 껌 파는 노파는 물끄러미 슬픈 표정을 짓는다. 저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초라한 모습..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1
로맨틱 피플 6 로맨틱 피플 6 권순재 차가운 바닥. 도대체 얼마나 누워있던 것일까? 바닥에 고여있는 피가 나의 피인 것은 알았지만,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피가 흐르는 것인지, 왜 아직도 피가 흐르는 것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나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는 것. 나의 몸이 딱..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30
잊지 말아요 잊지 말아요 권순재 잊지 말라는 말. 그 말을 할 때는 몰랐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사람이 사람에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 영원히 누군가에게 기억이 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아린, 그러한 상처인지 몰랐습니다. 헤어짐이라는 것이. 잊혀져야지만 낫는 병인 줄. 우리가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8
5일장 서는 날 5일장 서는 날 권순재 5일장 서는 날, 역 앞은 여러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고 있다. 5일장. 닷새마다 열리는 장을 모든 사람들은, 하루하루 손꼽아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린 손자에게 줄 간식을 사기 위해서, 어린 손녀에게 줄 새 옷을 사기 위해서, 노인네들은 그 굽은 손으로, 하루하루 또..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7
P가 피아노를 좋아하는 이유. P가 피아노를 좋아하는 이유. 권순재 P 그녀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그녀의 이름의 첫 이니셜과 피아노를 영어로 표기할 때, 그 첫 이니셜이 같아서도 좋아했고, 검고 하얀 곳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에서도, 피아노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눈동자는 더욱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6
휴대전화 휴대전화 권순재 어느 순간부터 휴대전화의 노예가 되고 있다. 그냥, 그냥 그렇게, 아무런 연락도 없는데 그것을 그리 손에 만지작 거리면서,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린다. 아무도 연락을 할 사람이 없는데, 그 누구도 나에게 연락을 할 사람이 없는데, 분명히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분명히 그것을 깨..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5
꿈 꿈 권순재 누군가가 너에게 꿈을 물으면, 너는 너의 꿈이 소설가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나의 꿈이 소설가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루하루 그 꿈에 닿아가면서, 그 꿈이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지 깨닫고 있다. 조금씩 그 꿈에 손을 내밀어 보지만, 조금씩 그 꿈은 뒤로 물러나..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