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연기 담배 연기 권순재 굿 모닝. 하고 인사를 하는, 내 인생처럼 흐리게 앞을 뿌옇게 만들어 버리는, 담배 연기를 보면서 엷게 미소를 지었다. 하루라도 없으면 견딜 수 없는, 나에게 너무나도 해롭다는 것을 알지만, 마치 이 연기 속에 나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단 한 순간도 이 연기를 놓을 수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3
한 여름의 함박눈 한 여름의 함박눈 권순재 한 여름에 함박눈이 날린다. 굵은 눈발이 내리친다. 태양이 너무나도 뜨겁게 빛이 나고 있는데, 하늘에서는, 정말로 굵은 눈발이 내리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이 내리는 것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빈 틈이 하나도 없다. 저마다 너무나도 바빠서, 제 갈 길이 너..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2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권순재 아주 진한 커피를 내렸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마시냐고, 지인의 걱정 어린 투정을 들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썼다. 너무나도 썼다. 내가 물을 타자, 지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인생의 쓴 맛을 느껴본 적이 없는 네가, 그렇게 인생의 쓴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1
바탕화면 바탕화면 권순재 나는 지저분한 것을 보지 못한다. 그렇기에 컴퓨터 역시 깨끗해야만 한다. 지저분한 바탕화면, 많은 파일, 많은 폴더, 그러한 것들은 그저 역겨울 뿐이다. 하나하나 마우스로 옮기며, 하나하나 제 자리로 옮긴다. 그리고 옮겨진 파일들은, 그리고 옮겨진 폴더들은, 그곳이 제 자리인냥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0
딸기 아이스크림 딸기 아이스크림 권순재 편의점 길거리 파라솔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컵에 담긴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조그맣고 파란 숟가락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제각각 이유가 있다. 각각의 목적이 있고, 각각의 방향이 있다. 그런데 나는 왜,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일까? 도대체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19
열 번째 페이지 열 번째 페이지 권순재 열 번째 페이지. 커서가 깜빡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열 번째 페이지. 꼭 무언가가 가득 찬 것 같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람의 손가락은 열 개인데,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그것을 넘어가고, 사람의 발가락은 열 개인데,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은 그것을 넘어간..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18
로맨틱 피플 4 로맨틱 피플 4 권순재 미안하다. 그 말을 남기고 그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를 바라봐줄 것처럼 행동을 하더니, 결국 그렇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의 모든 슬픔을 가져가 버린 그대. 나의 모든 아픔을 가져가 버린 그대. 그런데 그것이 더욱 슬픔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더욱 아픔이었습니다. 그대..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17
너 왜 그래 너 왜 그래 권순재 너 왜 그래? 왜 그렇게 낯설게 행동을 해? 내가 옆에 있는데, 내가 곁에 있는데, 왜 자꾸 남의 생각을 하는 거야? 대답해 봐. 대답을 해 보라고! 그녀의 낯선 목소리. 그녀의 낯선 행동. 그녀의 그런 행동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진다. 단 한 번도 그녀가 나를 사랑한 적 없었다. 단 한 번..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16
서재 서재 권순재 오랫동안 서재가 갖고 싶었다. 그리고 스무 살, 나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나에게 서재가 생겼다. 책이 많아서 서재를 샀는데, 서재를 사고 나니 책을 더 많이 산다. 자꾸만 서재가 부족한 것이 보이는데, 자꾸만 책을 살 수 밖에 없다. 책들이 넘쳐 나고, 그들이 숨쉴 공간이 없는데, 한 때는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15
코카콜라 라이트 코카콜라 라이트 권순재 콜라는 살이 찐다. 살이 많이 찐다. 그런데 나는 콜라 없이 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뚱뚱하다. 하지만 나는 뚱뚱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늘 다이어트를 하고, 늘 실패한다. 그 이유는 바로 콜라 탓이다. 새빨간 코카콜라가 나를 살찌운다. 그 새빨간 코카콜라를 벗어나기 위해서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