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피플 7 로맨틱 피플 7 권순재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오직 피 흘린 자국만 있었다. 상처받은 영혼만 있었다. 그곳엔 아무도 아무도 없었다. 당신에 눈에 보이는 그것이, 정말로 상처받은 사람의 몸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나의 대답은. 아니다.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이 아니다. 사랑을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14
시간 돌리기 2 시간 돌리기 2 권순재 모두들 흔히 이야기를 한다. 10년 전, 5년 전, 바로 어제라도. 시간을 돌릴 수만 있더라면, 정말 최선을 다 할 텐데라고. 그러나 정말 그러한가? 오늘이 그런 어제인데? 오늘이 내일에겐 또 다른 어제인데 우리는 그러한가?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내일..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13
시간 돌리기 시간 돌리기 권순재 어릴 적 시간을 돌리기를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다. 미래로 가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바랐었다. 어릴 적 나에게, 미래는 아름다운 공간이었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러한가? 오늘의 나는 지금의 나는 그러한가? 나의 어제는 행복했고, 나의 어제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오..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12
못된 여자 못된 여자 권순재 스피커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노래 제목은, 못된 여자란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노래를 듣고 있는데, 문득 정말 문득 눈물이 고이려 한다. 흔히들 말을 하는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슬픔이 이러한 것을 말을 하는 것일까? 말 그대로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너는 지금 어..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11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권순재 한 카레 전문점. 들어가자마자. ‘어서오세요!’소리가 요란하다. 아 기쁘다. 아 신기하다. 라고 생각을 하다가, 어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아무도 나를 보지 않고 있었다. 그저, 그저 벨이 울리자. 그저 그저 종이 울리자. 크게 외친 것에 불과했다.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건..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10
달 달 권순재 새벽 다섯 시의 달은 유난히 슬프다. 처량하고 애처롭다. 곧 그 자리를 태양에게 내주어야 하기에, 처량하고 애처롭다. 달은 많은 이들에게 등대이다. 태양처럼, 밝은 순간 제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날. 제 빛을 숨기며 빛이 난다. 누군가는 그저 달은 거울이라고, 아무런 힘도 가지..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9
할아버지 할아버지 권순재 나는 단 한 번도 할아버지를 본 적 없다. 친할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존재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심지어 그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다. 내가 알기 전부터, 내가 세상을 알기 전부터, 그는 부재였다. 그렇기에 나에게 할아버지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할아버지. 아..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8
붉은 귀 거북이 붉은 귀 거북이 권순재 어릴 적 거북이를 죽인 적 있었다. 그러나 그 거북이를 죽을 때, 어떠한 악감정과 같은 것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선했다. 너무나도 선해서 거북이를 죽였다. 한 겨울. 거북이는 추워보였다. 차가운 물 속. 거북이는 시려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넣어, 그 거북이..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7
여백 여백 권순재 어릴 적, 나는 여백을 너무나도 싫어했다. 도화지의 하얀 부분, 그 부분은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크레파스를 들었다. 그래서 나는 붓을 들었다. 남은 곳 하나 없이, 나는 점점 그곳을 차례대로 메꾸어 나갔다. 어릴 적 나는, 그 빈 부분이 죄악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부..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6
테트리스 테트리스 권순재 참으로 허무한 일이다. 참으로 허무한 일이다. 힘들게 모든 것을 쌓고, 다시 그것을 없애고, 마치 우리네 삶과도 닮아 있다. 색색의 그 조각들을 차곡차곡 맞추어놓으면, 마치 누군가가 일자 막대기라도 내려 주는 것처럼, 모두 한 순간 와르르 사라지고 말아버린다. 내가 그 동안 노력..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