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 서는 날 5일장 서는 날 권순재 5일장 서는 날, 역 앞은 여러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고 있다. 5일장. 닷새마다 열리는 장을 모든 사람들은, 하루하루 손꼽아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린 손자에게 줄 간식을 사기 위해서, 어린 손녀에게 줄 새 옷을 사기 위해서, 노인네들은 그 굽은 손으로, 하루하루 또..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7
P가 피아노를 좋아하는 이유. P가 피아노를 좋아하는 이유. 권순재 P 그녀는 피아노를 좋아했다. 그녀의 이름의 첫 이니셜과 피아노를 영어로 표기할 때, 그 첫 이니셜이 같아서도 좋아했고, 검고 하얀 곳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에서도, 피아노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눈동자는 더욱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6
휴대전화 휴대전화 권순재 어느 순간부터 휴대전화의 노예가 되고 있다. 그냥, 그냥 그렇게, 아무런 연락도 없는데 그것을 그리 손에 만지작 거리면서,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린다. 아무도 연락을 할 사람이 없는데, 그 누구도 나에게 연락을 할 사람이 없는데, 분명히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분명히 그것을 깨..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5
꿈 꿈 권순재 누군가가 너에게 꿈을 물으면, 너는 너의 꿈이 소설가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나의 꿈이 소설가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루하루 그 꿈에 닿아가면서, 그 꿈이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지 깨닫고 있다. 조금씩 그 꿈에 손을 내밀어 보지만, 조금씩 그 꿈은 뒤로 물러나..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4
담배 연기 담배 연기 권순재 굿 모닝. 하고 인사를 하는, 내 인생처럼 흐리게 앞을 뿌옇게 만들어 버리는, 담배 연기를 보면서 엷게 미소를 지었다. 하루라도 없으면 견딜 수 없는, 나에게 너무나도 해롭다는 것을 알지만, 마치 이 연기 속에 나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단 한 순간도 이 연기를 놓을 수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3
한 여름의 함박눈 한 여름의 함박눈 권순재 한 여름에 함박눈이 날린다. 굵은 눈발이 내리친다. 태양이 너무나도 뜨겁게 빛이 나고 있는데, 하늘에서는, 정말로 굵은 눈발이 내리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눈이 내리는 것을 모르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빈 틈이 하나도 없다. 저마다 너무나도 바빠서, 제 갈 길이 너..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2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권순재 아주 진한 커피를 내렸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마시냐고, 지인의 걱정 어린 투정을 들으며, 나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썼다. 너무나도 썼다. 내가 물을 타자, 지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인생의 쓴 맛을 느껴본 적이 없는 네가, 그렇게 인생의 쓴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1
바탕화면 바탕화면 권순재 나는 지저분한 것을 보지 못한다. 그렇기에 컴퓨터 역시 깨끗해야만 한다. 지저분한 바탕화면, 많은 파일, 많은 폴더, 그러한 것들은 그저 역겨울 뿐이다. 하나하나 마우스로 옮기며, 하나하나 제 자리로 옮긴다. 그리고 옮겨진 파일들은, 그리고 옮겨진 폴더들은, 그곳이 제 자리인냥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20
딸기 아이스크림 딸기 아이스크림 권순재 편의점 길거리 파라솔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서, 컵에 담긴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조그맣고 파란 숟가락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길을 걷는 사람들은 제각각 이유가 있다. 각각의 목적이 있고, 각각의 방향이 있다. 그런데 나는 왜, 나는 왜 여기에 앉아 있는 것일까? 도대체 ..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19
열 번째 페이지 열 번째 페이지 권순재 열 번째 페이지. 커서가 깜빡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열 번째 페이지. 꼭 무언가가 가득 찬 것 같아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람의 손가락은 열 개인데,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그것을 넘어가고, 사람의 발가락은 열 개인데,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은 그것을 넘어간.. ★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2009.11.18